뉴스데스크이남호

[단독] 1조 원짜리 '특수침투정' 사업…요트회사에 맡겼다

입력 | 2020-09-09 20:08   수정 | 2020-09-1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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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 사건이 벌어지자, 당시 해군은 대북 전력을 강화 하겠다면서 ′특수 침투정′ 사업 이란걸 밀어 붙였습니다.

필요시에 특수 부대원들을 북한에 몰래 침투 시켜서 요인 암살 같은 작전을 수행 한다는건데요.

그런데 최근 감사원이 이 사업에 대해 집중 감사를 벌였고,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남호 기자가 단독 취재 했습니다.

◀ 리포트 ▶

소형 보트가 적 해안가 근처로 들어서자 물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특수부대원들이 적 경계망을 피해 몰래 침투할 때 사용되는 수상, 잠수 겸용 특수침투정입니다.

해군은 이 특수침투정 여러 척을 커다란 모함에 싣고 다니다가 유사시 요인 암살 작전 등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2010년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 등이 잇따른데다 기존 장비는 10년 뒤면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안규백 의원/2011년 국회 국방위원회]
″이 침투정과 전투함이 2018년까지 전부 다 퇴역될 예정이지요?″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게 17년까지는 최소한 전력화가 돼야 해군 전력에 이상이 없는 것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그러나 사업자 선정 공정성 시비 등으로 방사청은 2016년이 돼서야 국내 조선업체들을 대상으로 특수침투정 입찰을 실시했습니다.

20척을 만드는데 편성된 예산은 1200억원.

심사 결과 1등은 경상남도에 있는 작은 조선업체가 차지했습니다.

여기가 특수침투정 탐색 개발 사업을 진행한 업체입니다.

이 업체는 작은 규모 선박 개발 경험만 있을 뿐 잠수정 개발 경험은 전혀 없는 회사인데 사업을 낙찰받았습니다.

게다가 2등 업체보다 제안 가격도 높아 업계에선 낙찰 배경을 두고 뒷말이 많았습니다.

[업계 관계자]
″지금 잠수정 같은 경우는 OOO 업체는 실적이 없는 업체였거든요. 그래서 실적으로 보나 아니면 설계 능력으로 보나 저희도 좀 의아하기는 했어요.″

그러다보니 평가를 위한 시제품조차 영국 업체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만들었습니다.

기술 이전 비용까지 포함되면서 필요 예산도 3천 1백억 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아예 영국 업체 제품을 그대로 들여왔으면 최대 1,200억에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만들어도 제대로 작동할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은 최근 이 특수침투정 시제품에 대한 시험평가를 진행했는데, 심각한 결함이 여럿 발견됐습니다.

그런데도 합참은 ′잠정적 적합′ 즉, 통과 판정을 내려줬습니다.

군 관계자는 ″시험평가서를 보면 보완 요구 사항만 A4용지 10장이 넘는다″면서 사실상 ′부적합′ 판정을 받았어야 했는데 왜 통과시켜줬는지 알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특수침투정 작전 자체가 비현실적이란 논란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수침투정은 자체적으로 장거리 이동이 안돼 이를 싣고 다닐 모함이 필요한데 그 큰 배가 떠다니면 은밀한 기습 작전이 가능하겠냐는 겁니다.

[김영수/전 해군 소령]
″이게 은밀한 작전을 위한 장비인데 은밀하지 않기 때문에 잘못하면 여기 타는 특수부대 애들이 몰살이 당할 수가 있어요. 그 쪽에서 ′사전에 침투를 하겠구나′ 예측이 돼버리잖아요.″

더군다니 모함 개발을 맡은 대우조선해양은 예상 비용을 7천 4백억원에서 1조 4백억원으로 슬그머니 늘렸습니다.

이렇게 특수침투정 20척과 모함 비용을 합치면 최첨단 이지스함 1척 비용과 맞먹습니다.

특혜 시비와 작전 타당성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자 결국 감사원이 나섰습니다.

이미 사업 관리와 시험 평가 등에서 총체적인 부실 정황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적 도발시 해상으로 특수요원을 투입해 요인 암살 작전을 벌인다는 마치 영화같은 특수침투정 사업은 결국 백지에서 재검토될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이남호입니다.

(영상취재: 이세훈/영상편집: 문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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