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정동훈

[제보는 MBC] 사진엔 '고기완자' 식판엔 '깍두기'…부모들 속인 놀이학교

입력 | 2020-11-16 20:32   수정 | 2020-11-1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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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제보는 MBC입니다.

식판을 가득 채운 음식, 오늘 내 아이 급식이 이 정도면 안심하겠죠.

그런데 실제로는 짜장면에 탕수육 한 조각이 나왔습니다.

한달 원비가 백 만원이 넘는 어느 놀이 학교가 부모한테 보여주는 사진과 실제 급식을 전혀 딴판으로 줘 왔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부모들 항의에 이 놀이 학교는 아예 폐업을 해버려서 미리 낸 원비까지 떼일 처지라고 합니다.

정동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한 영유아 놀이학교.

원어민 교사의 영어수업에다 발레, 수학, 미술 교실을 운영하는 이 놀이학교의 한달 학원비는 100만원이 넘습니다.

학부모들이 볼 수 있게 매일 올려 놓는 이 학교의 점심 급식 사진입니다.

잡곡이 섞인 밥에 계란국, 우엉조림, 고기완자 등 다양한 반찬이 식판 가득 담겨 있습니다.

[박 모씨/학부모]
″그냥 누가 봐도 이거 아이들 식판에 푸짐하게 담겨 있구나..(인터넷에) 그런 식으로 올라왔었고..급식에 대해 의심한 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아이들에게 제공된 급식은 전혀 딴판입니다.

양이 턱없이 적은데다 반찬은 깍두기, 오이, 소시지 몇 조각이 전부입니다.

짜장면과 탕수육, 계란국, 군만두, 단무지를 줬다고 한 날도 짜장면에 탕수육 한 조각만 제공됐습니다.

간식도 부실했는데, 아이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우유를 따라놓은 사진을 보면 작은 스텐인레스 컵의 절반도 채 담겨있지 않습니다.

이런 사실은 보다 못한 놀이학교 직원이 부모들에게 알리고서야 드러났습니다.

[놀이학교 전 직원]
″부엌에 들아가서 보게 된 거죠. 어 너무 이렇게 잘 차려졌더라고요. (급식 선생님한테) ′누가 먹는 거예요?′ 그랬더니 ′아 그거는 (인터넷) 카페에 올릴 사진용이예요.′ 그러더라고요.″
(얼마나? 기간으로 따지면은?)
″기간이 아니라 계속 이제 그런 식으로 이제 한 거죠.″

이 직원은 ″전날 남은 밥을 쪄서 제공하기도 했다. 최악이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놀이학교 전 직원]
″원장은 이렇게 얘기했다 그러더라고요. ′얘네들 집에 가면 엄청 잘 먹어...′″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조리실에 있는 토마토 소스의 유통기한은 확인당시 1년이 지났고, 피자치즈는 무려 2년이 넘었습니다.

학부모들은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자책합니다.

[배 모씨/학부모]
″애가 거기(놀이학교) 갔다 와 가지고 바로 집에 안 가고 꼭 빵집이나 어디가서 뭘 잔뜩 먹고 간다는 거예요. 너무 허기진 것처럼 보인다는 거예요.″

[이 모씨/학부모]
″사실 알고 나서는 되게 많이 울었었어요. 애기한테 내가 너무 관심을 못 가져줘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이런 생각도 들고...″

해당 놀이학교를 찾아가 봤습니다.

문은 굳게 잠겼고 안에는 집기 하나 없이 텅 비어 있습니다.

[건물 관리인]
″그만둔다, 어쩐다, 자꾸 얘기가 있었어요. 그 학원 내놨다...″

학부모들이 환불을 요청하자, 아예 문을 닫아버린 겁니다.

원장은 곧바로 법원에 파산 신청을 내 채무 면제를 받았고 분기별, 많게는 1년 치 학비를 미리 냈던 학부모들은 원비 2억원을 고스란히 떼일 처지에 놓였습니다.

[배 모씨/학부모]
″(원비가) 사실 좀 무리가 되더라도, 정말 100% 믿고 보낸 거예요. 너무나 큰 배신감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죠.″

학부모들은 관할 성남교육청에 진정을 냈지만 놀이학교가 법적으로 학원이다보니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다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경기 성남교육지원청]
″유치원 개념이 아닌 거예요. 일반 개인이 학원하는데 거기 회계에서 그걸 어떻게 썼냐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관리감독할) 권한이 저희 쪽에 있는 게 아니잖아요.″

결국 학부모들은 원장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원장은 원비를 다른 곳에 유용하지 않았고, 갑작스런 집단 환불 요청을 감당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폐원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인터넷에 올린 사진과 실제 급식이 달랐던 건 인정하지만, 아이들이 원하면 추가로 더 줬다고 반박하며 오히려 학부모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맞고소했습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영상취재 : 이준하 최인규 / 영상편집 :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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