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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문
[바로간다] "이제 분리수거 못 시킨대"…가짜뉴스로 대량 해고?
입력 | 2020-11-20 20:16 수정 | 2020-11-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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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윤상문 기잡니다.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경비원 34명 전원이 곧 잘릴 처지에 놓여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입주자대표 측에서 앞으로 경비원에게 청소나 택배 관리 업무 같은 걸 시킬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주민 투표로 결정을 했는데요.
주민들을 설득한 이 이유, 알고 보니 완전한 가짜뉴스였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1600세대가 사는 서울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입니다.
아파트 계단을 내려가니 지하실이 나옵니다.
조명을 비추자 먼지가 한가득.
콘크리트 벽이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더 들어가보니 주민들도 실체를 잘 모르는 밀실이 있었습니다.
바로 경비원 휴게실입니다.
[경비원 A]
″(밤 근무) 중간에 저희가 1시간씩 순찰이 있어요. 밤에 근무가 끝나면 다음 교대 시간까지, 새벽 5시까지 저희가 여기 머물고 있는 겁니다.″
″24시간 동안 아파트에 머무는 경비원들의 휴게실이 마련된 지하 공간입니다. 이 어두컴컴한 곳에 수도관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서 아주 통행이 어렵고 위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바로 옆 하수구에서 악취가 올라와도 그나마 몸을 누일 방이 있어 다행입니다.
[경비원 A]
″저희 사비를 들여서 전기 장판도 깔고, 그렇게 해서 겨울을 이겨내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경비원들은 곧 짐을 쌀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경비원 A]
″열악한 환경이나 이런 걸 저희는 따지고 싶지 않고.. 다만 여기서 좀 더 머물면서 근무를 하고 싶은 그런 심정입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입주자 대표들은 지난 8월에 ″내년부터 경비원들이 청소나 분리수거, 택배 관리 등을 못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합 관제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경비원 34명을 모두 내보낸다는 계획.
대신 전문 경비원 7명과 청소 등을 하는 관리원 10명을 새로 뽑고 cctv나 관리시스템을 설치해 비용을 아낀다는 방안이었습니다.
지난 달 주민투표 결과 52%, 과반을 살짝 넘는 찬성으로 가결됐습니다.
[경비원 B]
″다 나가야 해요.″
그런데 투표가 끝난 뒤, 단지 곳곳에 재투표를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대자보는 찬성표를 던졌다는 한 주민이 썼습니다.
″경비원들이 분리수거와 같은 일을 해도 불법이 아니게 법이 바뀌었다″는 내용.
″이런 중요한 걸 알려주지도 않은 입주자 대표들이 원망스럽고, 제대로 챙겨보지 못한 자신도 책망한다″는 글도 담겼습니다.
그러면서 ″경비원들의 뒷모습을 보면 남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아파트 주민(대자보 작성)]
″서로 화목한 분위기를 다 그냥 버리고…′세상이 참…돈 1,2만원 때문에 참 메말랐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실제로 투표가 시작된 10월 초엔 이미 아파트 경비원들이 청소 등 관리 업무를 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통과됐던 상황.
주민들에게 공지한 지난 8월에도 이미 개정이 논의되고 있었지만, 입주자 대표들은 사실상 정반대의 ′가짜 뉴스′를 퍼뜨린 겁니다.
입주자 대표 회장은 당시엔 법이 바뀔 거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재투표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입주자 대표 회장]
″경비원들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우리 입주민들의 보안, 안전, 소방, 이러한 차원에서 추진하게 된 것이고요.″
경비원들이 이틀에 한 번꼴로 꼬박 24시간 자리를 지키며 받는 돈은 한 달에 188만원 입니다.
[경비원 A]
″코로나 사태 터지고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어요. 정말 새벽 밥 먹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거예요. 저희는 갈 곳이 또 없어져요.″
기존 경비원 가운데 일부가 관리원으로 채용될 수도 있다는 게 입주자 대표 측의 입장.
하지만 ′대량해고′ 사태는 그대로입니다.
[경비원 B]
″관리원 10명이. 이건 청소업체로 들어간다는 거예요.″
며칠 전 입주자 대표는 예상 비용이 2억원 가량 증가했다는 사실은 숨긴 채 입찰 공고까지 냈습니다.
하지만 경비원 관련 법과 공사 비용을 충분히 홍보하지 않았다며 지자체가 일단 제동을 걸었습니다.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지만 주민들이 다시 투표에 나서지 않는 이상 경비원들은 끝내 일 할 곳을 잃게 됩니다.
바로간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이지호, 최인규/영상편집: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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