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문현

"이 닦을 시간도 없다"…파업하는 이케아

입력 | 2020-12-24 20:46   수정 | 2020-12-2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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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가구 업체 이케아의 노동 조합이 나흘간의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전 세계 다른 매장과 비교했을 때, 매출에서는 전혀 뒤질 게 없지만 노동 환경은 최악이라는 건데요.

마음 편히 화장실 가고 이 닦을 시간도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문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4년 12월 18일.

스웨덴의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가 경기도 광명에 1호점을 내고 국내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영업 개시 6년만에 올린 매출은 6천6백억원, 광명점은 전세계 매장 중 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장 6년이 된 이케아 광명점에서는 파업에 돌입한 이케아 노조원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평균보다 열악한 임금·복지체계와 근무 환경을 개선해달라는 게 노조원들의 요구입니다.

[정윤택/이케아 노동조합 지회장]
″해외는 15달러 평균 임금은 받는데 비해서 저희는 9천 원대의 임금을 받고 있어서…현재 글로벌과 한국이 안 맞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이케아 푸드코트에서 일하는 한 직원의 근무 시간표입니다.

12시부터 점심시간인데, 통상 한 시간인 다른 기업과 달리 주어진 시간은 고작 30분.

이 시간 내에 밥을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설거지를 하던 고무장갑을 벗고 식당까지 이동하는데 3분 30초.

식권을 사고, 배식을 하는데만 10분.

다시 돌아갈 시간을 감안하면 식사 시간은 10분 남짓에 불과합니다.

양치질 할 시간이 없어 회사에 가글액 설치를 부탁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습니다.

[신유정/이케아 직원]
″식사시간 30분 안에 줄도 서야 되고, 손도 씻어야 되고, 화장실도 가야 되고, 뭔가 이도 닦아야 되고,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저희는 가글액도 설치를 해달라고 요청을 한 적이 있어요.″

모든 업무는 효율을 위해 시간을 짧게 쪼개 짜여져 있고, 하루에 3-4가지 업무를 번갈아 하는 것도 이케아에서만 벌어지는 일입니다.

매장 관리 일을 30분 동안 하다 곧바로 계산대에서 45분간 일하고, 다시 설거지를 30분 하는 식입니다.

촘촘한 일정 탓에 근무에 1분이라도 늦으면 다른 근무자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신유정/이케아 직원]
″분 단위로 사람들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얘기거든요. 이게 교대가 또 돼야 되기 때문에…1분이라도 늦어지면 다음 동료가 피해를 보는 거예요.″

쉼 없이 돌아가는 일정표에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하다 방광염에 걸린 직원도 있고, 인력이 부족해 무거운 가구를 혼자 운반하다 다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게 노조의 주장입니다.

그런데도 급여는 글로벌 평균은 물론 국내 다른 대형유통업체보다 적습니다.

이케아는 글로벌 기준이라며 식대는 절반만 주고, 다른 대형마트에서 지급하는 명절 상여금도 아예 없습니다.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주고 있는 야근 수당과 주말 수당은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입니다.

주 40시간을 근무하는 직원의 월급이 192만원 수준으로 2백만원이 안됩니다.

[정윤택/이케아 노동조합 지회장]
″전체적으로 임금이 동종업계 평균 수준으로 올라가야 된다고 생각하고요…저희는 70% 정도가 저시간·저임금 근로자입니다.″

오늘부터 나흘간 예정된 파업에는 전체 직원의 절반인 75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비노조원과 간부직원 등을 동원해 오늘부터 성탄절 할인행사에 돌입한 이케아측은 ″노동환경 개선 문제를 노동조합과 조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만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문현입니다.

(영상취재:김우람/영상편집: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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