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조명아

"미혼부도 출생신고 가능해야"…대법 첫 판결

입력 | 2020-06-10 07:36   수정 | 2020-06-1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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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그동안 미혼모의 경우 아빠의 국적과 상관없이 엄마가 한국인이면 아이도 한국 국적을 인정했지만 ′미혼부′의 경우는 조건이 까다로웠습니다.

하지만 미혼부에게도 아이의 출생 등록을 더 쉽게 해줘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조명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충북 청주에 사는 40살 박 모 씨가 재작년 9월 중국인 아내와의 사이에 낳은 딸입니다.

하지만 엄마의 국적 문제로 20개월이나 출생 신고를 못 해, 의료나 복지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습니다.

[박 모씨/미혼부]
″예방 접종 하러 갔을 때 사람들이 자꾸 물어봐요. 우리 아이는 투명 인간처럼 아무 것도 없으니까 항상 설명해 드려야 해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부모로서 너무 맘이 아파요.″

병원에서 받은 출생증명서와 친딸임을 증명하는 유전자 확인서까지 제출해도 소용이 없엇습니다.

박 씨는 ′미혼부′ 혼자서라도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개정된 가족관계법 조항, 이른바 ′사랑이법′을 근거로 가정법원에 출생신고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에서도 좌절됐습니다.

어머니의 이름과 주민등록 기준지 등이 전혀 파악되지 않아야 출생신고가 가능하다는 규정에 걸린 겁니다.

[전수연/변호사]
″어머니가 난민 사유 때문에 본국에서 혼인관계증명서 등을 받아 제출할 수 없어서 출생신고 신청 접수가 거부되었음에도 어머니의 소재 파악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박 씨의 재항고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사랑이법′의 조항을 원심이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해 복잡한 절차를 이유로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 아동이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하고, 인격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종길/대법원 공보판사]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한 것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실제 ′사랑이법′으로 출생신고에 성공한 경우는 지난 5년간 14% 남짓.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출생 단계부터 법적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아동들의 인권 개선 논의에 크게 기여할 전망입니다.

MBC뉴스 조명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