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세로

집마다 '무늬만 전시장'…회장님들은 다 미술애호가?

입력 | 2020-10-14 07:18   수정 | 2020-10-1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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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널따란 마당에 고급호텔을 옮겨놓은 것처럼 크고 화려한 집들.

기업 회장들이 많이 산다는 서울 한남동이나 평창동에 많죠.

MBC 기획취재팀이 별난 공통점을 하나 찾았습니다.

상당수 집들이 높다란 담장 안에 전시장을 따로 둔 겁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비공개였고요.

전시회 한 번 연 적도 없었습니다.

제역할도 못할 무늬만 전시장을 도대체 왜 만든 걸까요?

김세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통적인 부촌으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단독주택.

지난 2013년 27억 원에 거래돼 지하1층에 지상2층으로 새로 지어졌습니다.

건축물대장을 보면 집 일부가 전시장입니다.

무슨 전시회를 여나 싶어 찾아갔더니 직원이라는 사람이 나와 막아섭니다.

[직원]
″(전시장이 외부에 공개되는 전시장인가요?) 아뇨, 저희 자체적으로.. 지인들만. (일반 사람들은 못 들어가는?) 예예.″

집 주인은 코스닥 상장 기업인 한 제조업체 권 모 회장.

이 집은 최근 건축법 위반건축물로 드러났습니다.

전시장으로 허가받아 놓곤 실제로는 집이나 사무실로 썼던 겁니다.

적발 이후 세금도 3억 원 가까이 추징됐습니다.

세금 더 낸 이유는 이렇습니다.

취득세는 통상 집값의 1~3%를 내지만, 고급주택일 경우 8%P가 더 붙습니다.

별장이나 골프장, 카지노, 요트처럼 사치성 재산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고급주택은 일단 공시가격이 6억 원을 넘어야 합니다.

이 가운데 집 면적이 331제곱미터, 즉 100평을 넘는 단독주택이면 고급주택 대상이 됩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건 전시장은 집 면적에서 빠진다는 겁니다.

권 회장 집은 지하부터 2층까지 전체 건물 면적이 고급주택 기준을 훌쩍 넘지만, 전시장으로 허가받은 면적 만큼 집 면적이 줄어 취득세를 3억 원 가까이 적게 냈던 겁니다.

권 회장 측은 원래 계획은 선친이 만든 문화재단의 전시장이었다며 세금 회피 꼼수는 아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권 회장 회사 기획실 직원]
″예술품들을 전시하기 위해서 마련했었는데 좀 여의치 않아가지고 다시 활용을 잘 못하고 있었죠.″

국내 굴지의 여행사 창업주인 박 모 회장의 평창동 집에도 전시장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비공개입니다.

[가사도우미]
″나중에 갤러리 필요하면 하려고 집에 있는 그림 몇 개 붙여놨어요. (그러면 실제로 일반인들한테 공개해서 전시한 적은 있나요?) 없어요.″

비공개 전시장은 또 있습니다.

한 기업 총수 일가 김 모 씨의 종로구 부암동 집입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나 드나들 수 없습니다.

″계시나요, 계십니까?″

전시장 간판도 없습니다.

법적 다툼 중이라고 공사업체가 내건 현수막만 붙어있습니다.

여행사 박 회장이나 김 씨 모두 취재진에 내부 사진을 공개하며 준비 부족과 소송 때문에 전시장이나 박물관 개장이 늦어졌을 뿐 세금 회피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MBC 기획취재팀은 서울의 단독주택 건축물대장을 전부 확인해 전시장, 기념관, 공연장 등을 둔 고급주택 의심 건축물을 추려냈습니다.

취재의 한계상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적어도 40채로 확인됐습니다.

집주인은 대부분 기업회장과 재벌 일가, 디자이너와 소설가, 전직 국회의원 등 재력가나 유명 인사들이었습니다.

″(외부에서 전시 행사를 한 적 있나 싶어서요?) 그런 거 없어요. 뭐 볼만한 게 없어요.″

문제는 무늬만 전시장이 세금 덜 내는 수법으로 악용되기 십상이지만, 단속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공개 여부는 아예 판단 잣대가 아니어서 비공개라도 전시장 형태만 갖추면 괜찮습니다.

[서초구청 건축담당 공무원]
″이걸(전시장을) 외부에 공개했느냐 안 했느냐 그걸 기준으로 해서 (과세)하는 건 아니에요.″

건축법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는 MBC 문제 제기에 앞으로 일반 공중,즉 여러 사람들을 위해 설치되거나 이용되지 않는 시설은 전시장으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세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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