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준희

집도 보지 말고 계약해라?…"다 짓고도 안 보여줘"

입력 | 2020-10-14 07:35   수정 | 2020-10-14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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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보증금 몇억 원을 내고 20년간 살 집을,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도 못 보고 계약하라고 하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SH, 서울주택공사에서 공급하는 임대아파트 얘긴데, 다 지은 아파트 내부라도 좀 보고 계약하겠다고 애원해도, 접근조차 못하게 합니다.

그런데 임대아파트 말고 분양주택은 견본까지 만들어 잘 보여준다고 합니다.

공기업이 대놓고 차별하는 현장, 이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강동구의 장기전세 임대아파트에 당첨된 곽 모 씨.

하지만 당첨의 기쁨도 잠시…곽 씨는 계약을 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습니다.

임대 조건 때문이 아닙니다.

전용 74㎡, 31평형 새 아파트에 보증금 2억 8천만 원.

2년에 5%씩만 올려주면 20년까지 살 수 있는 좋은 조건이지만, 정작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도무지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곽 모 씨/SH 임대아파트 당첨자]
″큰 창이 거실이고, 작은 방이고, 안방이고…그렇게만 알고 있어요. 20년 살 수 있는 집인데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견본주택은 애초부터 없다고 해 바라지도 않았지만, 입주 두 달여를 앞두고 아파트가 다 지어졌는데도 ′구경하는 집′조차 열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집 평면도만 보고 계약하라는 말에 당첨자들은 집안이 안 되면 단지라도 보고 싶다며 아파트로 가보지만, 번번이 입구에서 제지당합니다.

[아파트 경비원]
″(계약하기 전에는 못 보나요?) 못 들어가요. 날마다 (주민들이) 오는데 이렇게 답변하기도 힘들어요. 나도…″

[곽 씨/SH 임대아파트 당첨자]
″납득이 안 되죠. 내 집이 아닌 설움인가…취소를 하면 (다음 청약 때) 불이익을 좀 받을 수 있어서…″

SH의 입주자 모집공고에는 ′이번 단지는 현장여건 등에 따라 견본주택을 미운영 한다′고 돼 있지만, 확인해보니 해마다 SH 임대주택 공고에는 이 문구가 들어 있었습니다.

반면, SH가 지은 바로 옆 분양주택은 다릅니다.

견본주택은 물론, 구경하는 집까지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SH는 그동안 분양주택의 경우 매번 견본주택을 만들었고, 코로나 이후엔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만들어 집 안을 상세히 보여줬습니다.

[SH 유튜브 계정]
″우리 자녀들의 공부방, 놀이방으로 사용하면 엄청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고…″

SH 직원들도 문제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임대아파트 당첨자-SH 직원]
″(선생님은 집 계약할 때 평면도만 보고 계약할 수 있어요?) 좀 그렇긴 하죠. 네…(평면도만 보고 계약한다는 게 좀 아니지 않나요.) 네네 좀 그렇죠.″

SH공사는 ″그동안 비용 문제로 견본주택을 만들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임대아파트에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취재 대상이 된 강동구 장기전세 임대아파트의 경우, 오는 16일 계약일 전까지 사이버 견본주택을 만들어 공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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