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임명찬

[단독] 방치된 살인?…부원장의 수상한 '4시간 30분'

입력 | 2021-01-22 20:10   수정 | 2021-01-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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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난 2019년 8월, 국책 연구기관의 한 40대 여성 연구원이 사망한 채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을 병원에 데려온 사람은 직장 상사인 부원장이었는데, 이 여성이 쓰러진 뒤 무려 4시간 반이나 차에 태우고 시간을 끌다가 병원에 왔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상사는 결국 1년 반만에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날 새벽,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임명찬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b style=″font-family:none;″><i>2019년 8월 16일 밤 10시</i></b>

2019년 여름 밤이었습니다.

청바지에 검은 티셔츠 차림의 한 여성이 세종시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들어섭니다.

층을 누른 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평범한 모습.

<b style=″font-family:none;″><i>2019년 8월 17일 새벽 2시10분</i></b>

4시간 뒤인 새벽 2시.

가방을 멘 한 남성이 여성의 상체를 잡고 질질 끌어 엘리베이터에 태웁니다.

여성은 의식이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맨발입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뒤에서 다리로 밀며 내리다가, 남성이 몸에 걸려 넘어지기도 합니다.

3분 뒤, 이 남성은 여성의 팔을 끌어 힘겹게 차 뒷자리에 태우고 바로 출발합니다.

<b style=″font-family:none;″><i>2019년 8월 17일 새벽 6시</i></b>

그런데 다시 4시간 뒤.

같은 승용차가 다시 돌아옵니다.

이번엔 남성 혼자 내려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무언가 괴로운 듯 한참을 문에 머리를 기댔다 내리는 남성.

<b style=″font-family:none;″><i>2019년 8월 17일 새벽 6시 5분</i></b>

5분 뒤, 다시 엘리베이터 안.

반팔, 반바지였던 남성의 옷차림이 짙은색 상의와 긴 바지로 바뀌었습니다.

비닐봉지에서 무언가를 꺼내 가방에 넣고,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돈하고, 신발도 고쳐 신습니다.

남성은 다시 차를 몰고 어디론가 향합니다.

<b style=″font-family:none;″><i>2019년 8월 17일 새벽 6시 40분</i></b>

35분 뒤, 이 차가 도착한 곳은 인근 병원 응급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차 안에 있던 여성은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숨진 여성은 국책연구기관의 책임연구원인 40대 임 모 씨.

남성은 상사였던 당시 부원장 50대 이 모 씨였습니다.

서울에 살던 임 씨가 세종시 직장에 갔다가, 같은 날 밤 인근 이 씨의 아파트에 들렀다 벌어진 사건입니다.

이 씨 집과 응급실은 차로 불과 10분 거리.

하지만 이 씨는 임 씨가 쓰러진 뒤 4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병원에 갔습니다.

숨진 임 씨는 병원 도착 당시 위아래 속옷을 입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유족]
″아내 유품을 봤는데 (경찰이) 아내 속옷을 비닐봉지에 싸서 주더라고요. 그리고 아내 차 뒤에 있는 아내 가방 안에서 발견된 거라고 하더라고요.″

옷을 급히 갈아입고 나온 이 씨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가방에 넣은 무언가는 임 씨의 속옷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이 씨는 당초 병원에서 ″임 씨와 만나 회사 일을 한 뒤 헤어졌는데, 다음날 새벽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찾아보니 직장 주차장에 임 씨가 쓰러진 채로 차 안에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자신이 임 씨를 태우고 다니던 동안에도 임 씨에게 2차례 전화를 걸어 부재중 기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임 씨가 쓰러진 곳이 자신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숨기려 한 걸로 의심됩니다.

경찰에선 다시 말을 바꿨습니다.

자신의 집에서 임 씨가 구토를 한 뒤 쓰러져 잠이 든 줄 알고 재웠고, 잠을 깨우려고 차에 태워 회사 주차장에 간 뒤 기다리다가 병원에 간 것″이라는 진술.

이 부원장은 이렇게 말한 다음날 자신의 휴대전화를 버리고, 충북 청주의 모텔에서 투신을 했지만 목숨을 건졌습니다.

부검 결과 임 연구원의 사인은 ′비 외상성 뇌출혈′이었습니다.

유족들은 임 씨가 새벽 2시쯤 차에 태워질 때까지만해도 호흡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유족]
″경찰이 확보한 (새벽 2시쯤의) 영상이 있는데 거기에는 아내의 배가 위아래로 들썩들썩했다고, 호흡을 하고 있었다고…″

곧바로 병원에만 데려갔다면 살 수 있었을 거란 설명입니다.

[유족]
″길에라도 놔뒀으면 (다른 사람이) 병원에라도 데리고 갔을 텐데, 의식을 잃은 사람을 차 뒤에다가 가둬버리니까…″

수사기관의 결론이 나오기까지 1년 반 가까이 걸렸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졌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집 밖으로 끌고 나와 차 안에 방치해 숨지게 했다″

살인 혐의.

이 씨는 지난해 말 구속 기소됐습니다.

하지만 급박했던 순간 그토록 시간을 끈 분명한 이유, 사건 발생을 전후한 부원장의 행적 등 그날 밤의 진실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유족]
″지금까지도 왜 아내가 그렇게 비참하게 죽었는지 이유를 명확하게는 알지 못합니다. 억울한 일이 있어서 죽었다면 지금도 한이 돼서 눈을 못 감고 있지 않겠습니까.″

MBC뉴스 임명찬입니다.

(영상취재: 서두범, 최인규 / 영상편집: 조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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