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

[앵커로그] '과로사 덫에 빠진 집배원'

입력 | 2021-02-20 20:23   수정 | 2021-02-2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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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조명 뒤의 사람들을 조명하는 앵커로그입니다.

지금이 새벽 6시 반을 조금 넘긴 시각인데요. 유독 과로사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많은 일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남상명 : 22년차 집배원)

(30대 집배원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2019년 5월 14일 뉴스데스크)

(40대 집배원이 또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2019년 6월 19일 뉴스데스크)

(잇따르는 과로사, 돌연사, 사고사...)
(지난해 사망 집배원 16명)
(“죽음을 막아 달라!”)
(집배원들은 왜?)

(7시부터 우편 분류로 바쁜 집배원들)

[앵커]
지금 계속해서 들어오는 물건의 양도 많고, 종류도 굉장히 다양한데요. 특히 오늘 같은 화요일은 ′죽음의 날′로 불린다고 합니다.

[남상명/집배원]
″금요일 저녁, 토요일, 일요일에 시킨 것들이 월요일 발송돼요. 그게 화요일에 도착하거든요. 그럼 3일 분량이 오는 거예요.″

[사내 안내방송]
″마지막 차는 지금 출발했다고 합니다. 도착할 때 됐습니다.″

(쉴 새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우편물들 /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탄식소리)

[남상명/집배원]
″(아, 너무 많다... 아...) 오늘 1만 7천 개래. (아까 보니까 1만 5천몇 개던데?)″

[동료 집배원]
″1만 6천이야, 1만 6천.″

[남상명/집배원]
″(1초도 쉴 틈이 없는 거 같아요) 계속 와요. 계속...″

[앵커]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아픈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남상명/집배원]
″허리, 목, 이런 데 고질적으로 아픈 분들이 많긴 많아요. (지금은 뭐 하시는 거예요?) 매직(유성펜)으로 잘 보이게 (주소를) 써놓는 거예요. 착각하고 잘못 보내지 않게. (그리고) 전산 작업을 해야 해요. 다 찍어야 해요. 고객한테 문자 발송까지 다 하죠.″

(우편물 분류 -> 주소 입력 -> 전산등록 -> 문자 발송)

[앵커]
이렇게 막 빨리빨리 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남상명/집배원]
″이 (근무) 시간 안에 끝내려면 서두르지 않으면 못 끝내요. (이렇게 하고 있으면 다른 생각 들 틈이 없겠어요) 잡생각이 들 틈이 없어요. 번뇌가 사라져요.″

(짐을 실은 채 출발을 기다리는 오토바이들)

[앵커]
집배원들은 보통 이런 오토바이를 이용하는데요. 일반 우편물뿐 아니라 부피가 큰 이런 택배 물품들도 많습니다.

(오전 9시 우편물 배송 시작)

[앵커]
이게 좀 부피도 좀 있어 보이는데 이런 것들도 배달하시나요?

(코로나 이후 무거운 물건도 많아진)

[남상명/집배원]
″네. 저희가 다 해요. 코로나 이후에 확실히 늘었죠. 외출 삼가는 분도 많기 때문에 택배 분량이 많이 늘었어요. (좀 무거운 것도 코로나 시대에는 더 늘어났겠네요) 고중량도 당연히 늘었죠.″

(또 한가지 변화)

[남상명/집배원]
″여기 택배가 왔는데. 문이 닫혀서. 상가 같은 경우에는 (확인하러) 하루에 두 번 온다고 생각하고 다녀야 해요.″

(본인 확인이 필요한 등기, 코로나 이후 배송이 더 어려워진)

[남상명/집배원]
″폐업하는 데가 많아요. 영세 사업장 같은 경우에는 폐업을 많이 하니까. 그리고 예전에는 별로 없었던 것, 등기부 등본, 법원 내용 증명이나 이런 게 많이 늘었어요. 소송이나 금전 관계 이런 거에 대해서 오는 게 많거든요.″

[앵커]
그런 건 이렇게 전달하실 때도 좀 마음이 안 좋으시겠어요?

[남상명/집배원]
″그렇죠. 미안한 것도 있죠. 주면서도 제가 조금 그런 게 있죠. 안타까운 감정으로 드리죠.″

(오후가 되자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하는 눈)

[남상명/집배원]
″우편물이 눈을 맞으면 안 돼요. 고객들이 젖어서 갖다 주는 걸 제일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나는 젖어도 우편물은 절대 젖으면 안 돼요.″

(계속되는 눈, 결국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안전을 위해 언덕을 걸어서 배달)

[남상명/집배원]
″여기는 위험해요. 내리막길, 오르막길이 있어서 그냥 걸어가죠. (눈이 오니까 마음도 더 급하신 것 같아요) 네. 여기서 시간을 많이 까먹거든요. 조금이라도 단축하려면 빨리 움직여야 해요.″

[남상명/집배원]
″(안전도 좀 걱정되실 것 같아요) 눈 오면 거의 한두 번은 다 넘어지죠. (실제로 사고 나신 적도 있으세요?) 뭐 비일비재하죠. 일상적으로 겪는 거니까 큰 사고만 아니면 그냥 참고 하는 거죠.″

[앵커]
집배원 과로사했다는 뉴스가 매년 쉬지 않고 나오거든요.

(충남 당진우체국 소속 집배원 49살 강 모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 2019년 6월 19일 뉴스데스크 보도 내용)

(하루 12시간 안팎의 과중한 업무로 늘 피곤함을 호소했습니다.)

([강 모 씨 아내]
″늘 하는 얘기가, ′아, 너무 피곤하다. 아, 여기 시골이어서 그런가, 왜 이렇게 일이 많냐?′ 막 항상 그랬었어요. 진짜.″)

[남상명/집배원]
″솔직히 남 일 같지 않고 어떻게 보면 분노스럽기도 해요. 우정사업본부에서 우편물이 줄었다고 하는데 그거는 일반 우편물이 준 거고 제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등기나 택배 때문에 시간이 걸리거든요.″

(집배원 일 평균 근무시간 10시간 57분)
(연간노동시간 2,745시간)
(국내 임금노동자 평균보다 693시간 길어)

[남상명/집배원]
″이렇게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도 뇌출혈 수술을 했었어요. 이게 그냥 제가 개인적인 질병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저희 집배원들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병 중에 하나더라고요.″

(우정 종사자, 교육공무원보다 뇌혈관질환 1.23배, 고혈압성 질환 1.75배, 만성폐쇄성 폐질환 입원 위험 2.32배)

[남상명/집배원]
택배나 이런 거 부과량을, 업무 부과를 좀 경감 해달라 이거죠. 인력 충원했다고는 하는데 저희 집배 인력은 는 게 없고 택배 위탁 택배원들만 늘렸는데 그것 갖고는 일이 경감이 안 돼요.

[우정사업본부]
(“집배원 근무 여건 개선 위해 계약 택배 중단, 운송 단가 인상 등 추진. 고중량 택배 운송도 중단한 상태”)

(그래도, 우편물을 내려놓을 수 없는 건...)

[남상명/집배원]
″(고객들이) 오셔서 따뜻한 커피라도 한잔 건네주시는 분들, 이런 분들 만나면 정말 사명감이 들고 이 일 하기 잘했다는 뭐 그런 생각이 들죠.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은 걸 알고 갖다 주면 고맙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나 자신과 약속이고 고객과 약속이니까.″

앵커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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