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남효정

"괜찮다"는 말에 우롱 당한 아동학대 흑역사…"더는 안 돼"

입력 | 2021-02-25 20:36   수정 | 2021-02-25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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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되는 아동학대 사건, 허술한 조사와 처리 과정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죠.

가해 부모들의 말 만 듣고 조사를 끝내 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사건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남효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태어난 지 2주만에 부모에게 맞아 숨진 아기.

구급대원이 엄지 손가락으로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정도로 작았습니다.

그런 갓난 아기를 아빠는 4차례, 엄마는 3차례 학대를 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분유를 토해서, 자꾸만 울어서, 오줌을 싸서 아기를 침대로 집어던지기까지 했습니다.

<아이한테 하고싶은 말 없으세요?>″...″

부모는 이미 1년 전 3개월 된 첫째 딸도 피를 흘릴 정도로 폭행해 분리조치됐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리 대상이 됐습니다.

[조현경 소장/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 전주사무소]
″둘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염려되는 상황들은 분명히 있었어요. 그래서 부모로부터 어떻게 둘째 아이를 잘 키울 것인가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기도 하고.″

하지만 아빠는 기관 직원들에게 폭언을 퍼붓는 등 상담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아기가 숨지기 바로 전날에도 아동보호기관이 가정방문을 신청했다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생아인데다 코로나가 위험하니 나중에 보자″고 해 방문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조현경 소장/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 전주사무소]
″그 통화가 끝난 다음날 저희가 사망 통보를 받았습니다. 아이를 직접 볼 수만 있었더라면 즉시 분리를 해서 구조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아동보호기관은 부모가 만나는 걸 거절하면 방법이 없다고 말합니다.

[조현경 소장/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 전주사무소]
″부모의 동의 없이는 사실 아이를 대면할 수 없는 그런 구조상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희같은 외부 기관에서 법으로 저희가 밀고 들어갈 만한 권한은 없었어요.″

지난 2013년 소풍을 가고 싶다고 했다가 의붓어머니에게 맞아 숨진 8살 서현이.

욕조에서 숨진채 발견된 서현이는 갈비뼈가 16대나 부러져 있었습니다.

어린이집 교사는 서현이가 4살때 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했지만 부모는 강력 부인하며 개입을 거부했습니다.

지난해 숨진 정인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양부모는 어린이집 원장이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갔다는 이유로 격렬히 항의했고,

학대 징후를 포착한 의사가 경찰에 신고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
″(경찰은 병원에) 같이 가지 않았고요. 같이 가지는 않으셨지만 저희가 병원 갔다와서 어떤 상황인지는 공유를 했어서…″

현장 조사를 나갔지만 양부모가 ′마사지를 하다가 멍이 들었다′ ′놀다가 다쳤다′고 우기면 그만이었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은 아동 스스로 항변할 수 없는 데다 가정 환경상 특이점이 없는 경우 부모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이윤경/움직이는 청소년센터 ′엑시트′ 센터장]
″마치 그 부모가 너무 문제적이고, 부모라면 누구나 해야할 것 같은 걸 하지 않아서 생긴 일처럼 보이지만. 평범하게 너무 일상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폭력이 학대란 말이에요.″

아동학대 신고시 전문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의무화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미숙 박사/아동복지학회 감사]
″부모 의견은 그냥 참고만 할 뿐이고 부모는 가해자라는 것을 명심하셔야 될 것 같고. 정확한 상황 판단을 전문가들이 같이 협동해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으로 정부는 보호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조사를 거부하면 최고 1천만 원까지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당한 사유′도 해석의 여지가 다양해 실효성이 없을거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김동세 / 영상편집:이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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