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업체가 LH의 처장, 1급 출신을 부회장으로 영입했는데 그 효과는 ′매출 5배 급증′으로 금방 나타났습니다.
LH 1급의 위력을 김민찬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MBC가 입수한 납품업체 장부에는 부회장이라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부회장님 통장으로 100만 원.
대표이사, 부회장님과 골프 2백만 원.
부회장이 누구일까?
취재 결과 부회장은 LH 1급 처장 한모 씨로 드러났습니다.
1급 처장은 사장과 임원 6명을 제외하면, LH에서 가장 높은 간부입니다.
한 씨는 이미 현직에 있을 때부터 부회장님으로 불렸는데, 2016년 퇴직하자마자 실제로 납품업체 부회장이 됐습니다.
그 뒤에 본격적으로 로비스트로 변신합니다.
법인카드와 현금은 모두 하청업체로부터 받아갔다고 합니다.
[업체 회계담당자]
″통장으로 100만 원 넣어, 200만 원 넣어. 어디 골프 가신대. 뭐 하신대. 그러면 바로바로 저는 쏴주면 그 분은 그냥 현금만 인출해서 쓰는 거죠. 현금 카드로. ′법인카드를 드렸는데 왜 현금을 가져가느냐?′ 하면 현금 쓸 데가 있다는 거예요.″
이 업체가 LH에 납품하는 건 아파트 환기 시스템입니다.
한 씨를 부회장으로 영입한 이유는 뭘까?
원래 7억 원에 불과했던 이 업체의 매출은, 한 씨를 영입한 뒤 4년만에 37억 원, 5배로 뛰었습니다.
매출 대부분은 LH에서 따낸 물량입니다.
2018년 1년 동안 LH가 공공분양한 아파트 1만8천 세대 가운데 80% 이상을 이 업체가 싹슬이했습니다.
이런 싹쓸이는 2019년에도 계속됐습니다.
[경쟁 납품업체 A]
″올해, 작년 같은 경우도 한 70% 이상 80% 먹었을 거에요. 2019년에는 90% 먹고.″
업체 내부 문서를 보니, LH 내부 직원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정보들이 빼곡합니다.
전국의 아파트 건설 현장마다 나가 있는 LH 현장감독관들의 명단은 물론, 계약을 따낼 가능성까지 꼼꼼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경쟁 납품업체 B]
″정말 OB(퇴직자) 감독관을 모셔오지 않으면 일을 하기 힘들구나 할 정도로, (퇴직자가) 없는 업체들은 뼈저리게 느끼죠.″
경쟁업체도 LH 2급 부장 출신을 두 명이나 영입했지만, 1급 처장 출신인 한 부회장 한 명을 당해내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