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정동훈

"'예방 교육' 아닌 '소문 내기'"…지휘관의 2차 가해

입력 | 2021-08-17 20:02   수정 | 2021-08-1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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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계속해서 해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 속보 전해 드리겠습니다.

군사 경찰이 피해 부사관의 소속 부대 지휘관과 상관 한 명에 대해서 신고자 비밀 누설 혐의로 형사 입건했습니다.

이들이 2차 가해를 막는답시고 피해 사실을 유출해서 상황을 더 심각하게 몰고 갔다는 건데요.

정동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성추행 피해자 해군 A 부사관이 피해 사실을 부대장에게 정식으로 알린 건 지난 7일.

이틀 뒤,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조치로 A 부사관은 육상부대로 옮겨갔습니다.

그런데, 이 날 오후, 부대장이 갑자기 부대 간부들을 소집합니다.

성폭력 사건 2차 가해 예방교육을 한다는 것.

하지만 부대 전체 간부가 40명도 안 되는 외딴 섬 작은 부대에서 여군 한 명이 전출 간 당일, 갑자기 이뤄진 성교육은 피해를 소문낸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일부 부대원들은 ″A부사관이 왜 전출을 가게 됐는지, 갑자기 교육하는 것을 보고 짐작이 가능했다″고 군사경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방혜린/군인권센터 상담팀장]
″사고 사례 전파 교육하듯이 하는 교육은 사실 교육이 아니고, 소문내기죠. 소문내기. ′아 우리 부대 이런 일이 있어서, (다른 부대로) 갔대′ 이런 식으로…″

사건 발생 당시인 석 달 전, 성추행 사실을 처음 보고받았던 주임 상사는 가해자를 직접 불러 ″행동거지를 조심하라″며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이후부터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집요한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술을 안 따르면 3년간 재수가 없다″는 악담에, 심지어 진급을 앞둔 피해자에게 ″기무사에 네트워크가 있어 힘들게 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예비역 여군 장교]
″(피해자에게는) 희망이었을 거 같아요. 진급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무사에 얘기해서 영향을 주겠다는 말을 했다면 그것에서 굉장히 절망했을 것 같아요.″

추가 피해를 막는다는 취지로 성 교육을 하고 가해자를 불러 주의를 줬다지만, 군사경찰은 부대장과 주임상사를 성폭력 신고자에 대한 비밀 누설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4년 전 해군 장교 사망 사건 이후에도 군 내 성폭력 피해자 사망이 반복되고 있어 군의 자정 능력을 믿을 수 없다며 군의 피해자 보호체계 전반을 직권 조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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