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정동욱

[투데이 현장] '마지막 밥줄'도 내놓는다…'포터'의 눈물

입력 | 2021-02-15 07:32   수정 | 2021-02-1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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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투데이현장입니다.

흔히 ′포터′라고 부르는 1톤 트럭이 있죠.

임대료가 버거운 영세 자영업자에겐 소중한 생계수단인데요.

최근 들어 ′최후의 밥줄′로 불리는 이 포터마저 내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정동욱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삶의 현장 곳곳을 누비는 1톤 트럭.

의류 판매를 하는 기노룡 씨에겐 번듯한 점포를 대신한 소중한 1인 가게입니다.

퇴직 이후 가족의 생계비와 병원비를 이 1톤 트럭으로 벌고 있습니다.

[기노룡/의류 판매 상인]
″저도 옛날에 공무원 하던 사람이에요. 지금 이제 아내가 뭐 암이 걸려가지고 유방(암) 수술을 하고… 포터가 없으면 생계 유지하는 데 좀 많이 힘들고 장사도 못하죠.″

경비원용 점퍼를 입고 거리에서 햇밤과 대추를 파는 김흥호 씨에게도 1톤 트럭은 유일한 생계 수단입니다.

직업을 바꾸기 위해 한때 트럭을 팔기도 했지만 결국 또 함께 하게 됐습니다.

[김흥호/농산물 판매 상인]
″인생의 동반자라고 생각해요. 포터(1톤 트럭)가 없어지면 한쪽 팔을 잃은 거나 똑같고 이걸로 인해서 내가 밥을 먹고 있고 행복도 찾아가고 있고…″

호황에는 실어나를 일감이 많아서, 불황엔 생계형 창업이 늘어서, 수요가 꾸준한 1톤 트럭.

화물차 시장에서 1톤 트럭의 위상은 다른 화물차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일반 화물차 257만 대 가운데 1톤 이하 화물차는 220만 대로 전체의 85%가 넘습니다.

특히 IMF 여파가 심했던 1999년에 포터 판매량이 전년 대비 61% 증가하는 등 불황이 심할수록 더 잘 팔리는 차량으로 통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올려요.″

14년 동안 이사 업체를 운영한 박상홍 씨는 지난해 10월, 5톤 트럭을 팔고 1톤 트럭을 샀습니다.

차량 유지 비용을 줄이면서, 소규모 원룸 이사와 화물 운송으로 불경기의 탈출구를 모색한 겁니다.

하지만 일감은 갈수록 줄었고, 할부금과 보험금만 쌓여가자 결국 3개월 된 새 트럭을 4백만 원 손해를 보고 팔았습니다.

영업용 번호판도 사야 하는데, 취득 비용이 3천만 원에 육박하는 점도 큰 부담이었습니다.

[박상홍/이사업체 대표]
″2년 가까이를 모아서 현금 조금씩 조금씩 모아서 산 거거든요. 근데 미래를 보고 돈을 투자해서 하겠다고 했는데 사실 현실하고는 너무 안 맞더라고요. 지금 당장 어려우니까 생활비로 써야 되니까…″

코로나19가 경기를 짓눌렀던 지난해 포터의 신차 판매량은 이례적으로 전년 대비 12.7% 감소했습니다.

중고차 매매단지엔 주행거리 2만km 이하 새것과 다름없는 1톤 트럭 매물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임홍록/중고차 카매니저]
″코로나가 내년이면 끝나겠지라고 이제 작년에 개별소비세나 이런 혜택을 줘가지고 (새 차를) 뽑으셨다가도 아예 일이 없으셔서 그만두시는…″

불황일수록 잘나간다는 ′포터′의 공식은 코로나19의 장기화 속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고차 시장에 나오는 새 차 같은 1톤 트럭에는 벼랑으로 내몰리는 영세 상인들의 절박함이 배어 있습니다.

MBC뉴스 정동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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