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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마늘 훔치다 밝혀진 '유령 인생'‥75년 만에 '복지' 품으로
입력 | 2021-09-16 07:15 수정 | 2021-09-16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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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한 70대 어르신이 농산물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정확한 이름도, 주소도,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사회안전망 밖에서 70년 넘는 세월을 지내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지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충북 충주의 한 교회 뒤 창고.
한 여성이 주위를 둘러보다 창고 앞에 걸린 마늘을 떼어갑니다.
다른 교회에서는 텅 빈 예배당에 몰래 들어와 떡과 쌀을 훔친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경찰 추적 끝에 붙잡힌 범인은 75살 할머니.
그런데 신원 조사를 위해 이름을 조회하고 열 손가락 지문을 모두 확인해봤지만, 기록이 전혀 없었습니다.
출생신고도, 주민등록 신고도 돼 있지 않은 ′무적자′였던 겁니다.
[′무적′ 할머니]
″주민등록 없으니까 예금하는 거 하고 조금 (힘들었습니다). (병원도) 일반으로 갔죠. 일반으로 돈 내고…″
가난 탓에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남은 가족마저 뿔뿔이 흩어지면서 혼자 산 세월이 60여 년.
글도 못 배웠고, 도움을 청할 방법조차 모른 채 식모살이나 식당 일 등을 하며 유령처럼 지내왔습니다.
그러다 끝내 남의 물건에 손을 댔는데, 훔친 물건은 먹거나 되팔았습니다.
[′무적′ 할머니]
″힘들어서요. 나도 모르게 그냥 순간적으로 그랬죠.″
경찰은 수사와 별개로 할머니를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주민센터 등에 의뢰해 쌀이나 반찬 같은 먹을거리를 지급하고, 사회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성씨와 본적 등 주민등록 절차도 밟고 있습니다.
[박창호/충주경찰서장]
″제도적인 혜택을 받는다면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적은데, 모르거나 또는 접근이 좀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닌가…″
뜻밖의 이유로 새 삶을 찾은 할머니.
해서는 안 될 일을 했지만,
처벌 이후를 생각한 주변의 손길이
75년 유령 생활을 끝냈습니다.
MBC 뉴스 이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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