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민욱

[집중취재M] 바다 점령한 쓰레기들‥어구 실명제·보증금제로 해결 가능?

입력 | 2022-01-14 20:08   수정 | 2022-01-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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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한해 14만 톤에 이를 정도로 심각합니다.

상당수가 어업에 사용하는 부표, 그물 같은 플라스틱 제품들인데요.

이런 어구들이 대체 얼마나 팔리고 얼마나 버려지는지 관리가 안 되다 보니까, 바다는 몸살을 앓고 있고 그 피해는 우리에게 그대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를 전문으로 취재하는 김민욱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남해안의 작고 아름다운 조약돌 해변 안쪽 깊숙한 곳에 작은 쓰레기장이 있습니다.

경남 통영 앞바다의 작은 섬.

페트병이 여기저기 보이고 해변 한 가운데는 폐타이어가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해안선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까지 쓰레기들이 점령했습니다.

[김태원 교수/인하대 해양과학과]
″해류의 흐름이 갑자기 안쪽으로 모여드는 그런 지역이기 때문에 그 안에 쓰레기들이 많이 침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많거든요.″

제일 많은 것은 폐어구들입니다.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소재의 부표들.

그물과 통발.

심지어 양식장 구조물로 추정되는 대형 컨테이너 상자까지 해안으로 떠밀려 왔습니다.

지난해 10월 제주도 서귀포 앞 바다 속.

대형 거북이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거북이의 몸에는 어업용 낚싯바늘이 꿰여 있습니다.

버려진 낚싯줄에 걸려 물 위로 나오지 못해 죽은 겁니다.

문제는 어구가 대체 얼마나 쓰이고 버려지는 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는 겁니다.

적정 사용량보다 2.5배 이상 많은 13만톤의 어구 중 매년 4만4천톤 정도가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대부분 플라스틱 재질인 어구는 인간의 건강을 위협합니다.

해안가에 버려진 폐어구 스티로폼은 상당수가 이렇게 부숴져 있거나 마모된 상태입니다.

잘게 부숴진 스티로폼 조각들이 바다를 떠다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020년 조사에서는 국내산 수산물 27종 중 98.7%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습니다.

[김태원 교수/인하대 해양과학과]
″(미세 플라스틱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있을 겁니다. 점점 많이 노출될 때는 (인간에게도) 문제가 되는 시점이 올 수 있다고 (봅니다).″

1달 전, 국회와 정부는 수산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어구를 살 때 보증금을 매기고 폐기할 때 돌려주는 제도, 그리고 판매·유통 실명제를 도입해 무단으로 어구가 버려지는 걸 막겠다는 겁니다.

어민들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자동으로 유실되는 어구가 많은데 그럴 경우 보증금을 못받게 돼 부담이 된다고 우려합니다.

[이용기/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폐어구 방치는) 쓰레기 문제 뿐만 아니라 유령어업(폐어구로 인한 바다생물 피해) 이라든지, 해양생태계 파괴까지 다 연관이 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바다 쓰레기 수거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육상의) 쓰레기 수집 정리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바다에 적합한 쓰레기 전담 조직과 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미 쓰레기로 황폐화 된 바다.

머뭇거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