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손구민

새로 지은 집이 벽도 안 남아‥마을이 사라졌다

입력 | 2022-03-06 19:46   수정 | 2022-03-0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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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경북 울진에선 280여 명이 집을 잃거나 산불을 피해서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대피소에서 만난 이재민들과 함께 이틀 만에 집에 가봤더니 마을은 완전히 폐허가 돼 있었습니다.

어떤 마을은 집 대부분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손구민 기자가 피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경북 울진의 한 대피소에서 만난 76살 임병학 씨.

취재진과 함께 이틀 만에 집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임병학/경북 울진군]
″그대로 나오느라고 하나도 못 챙겼어요. 돈도 두고 오고 돈은 이제 촌에 비료 같은 거 산다고, 100만 원을 빼다가 넣어놓고.″

마을이 가까워지자 차창 밖으로 검게 그을린 야산과 처참하게 무너진 집들이 보입니다.

20분 만에 도착한 집.

3,4년 전 새로 지은 집은 벽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여기가 안방이고, 여기 주방이고 여기가… 새집이 얼마 안 된 겁니다. 이 보세요 이 건물을 봐. 아직 타는 냄새를 보세요.″

3년 전 새로 산 농기계와 쌀 50가마, 저장해 놨던 옥수수도 죄다 타버렸습니다.

쓸만한 건 대피소로 가져가려 했지만 마땅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처참한 모습에 억장은 무너져 내리고, 얼마 전 수술한 다리엔 순간 힘이 빠져버립니다.

″아휴 안 보면 괜찮은데 이런 걸 보니 내 다리가 떨려가지고…″

인근의 또 다른 마을은 완전히 폐허가 됐습니다.

집들은 까맣게 타다 못해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 마을 19집 가운데 5집 빼고 모든 집이 완전히 불에 타버렸습니다.

휩쓸고 간 화마에 창문이란 창문도 모두 깨져 버렸습니다.

[전신수/경북 울진군]
″모든 족보나 이런 것들이… 옛날 그게… 다 이게 불에 타버렸어요. 여기서의 추억이 다 실려 있던 그런 거고.″

산불로 집을 잃고 대피소에서 생활 중인 이재민들은 울진에서만 모두 2백8십여 명.

난방도 제대로 안 되는 데다 걱정이 앞서다 보니 3일째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습니다.

[전노미/주민]
″아이고, 잠이 와야지요. 잠이 와야 자죠.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자원봉사자들이 식사와 구호 물품을 제공하곤 있지만 대피소 주민들은 하루 빨리 있을만한 거처를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김혜숙/주민]
″어떻게 집을 좀… 어떻게 의지를 해줘야 살지, 살겠어요. 이래 가지고.″

MBC뉴스 손구민입니다.

영상취재: 허원철 / 영상편집: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