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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표
"영화라도 맘껏 보렴"‥피난민 아이들 보듬는 손길
입력 | 2022-03-06 20:08 수정 | 2022-03-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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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고향을 빠져나와야 했던 우크라이나 피난민들 가운데는 전쟁이 무엇인지, 왜 탈출해야만 하는지 알지 못했을 어린 아이들도 많습니다.
전쟁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채, 낯선 곳에 머무르게 된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도움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폴란드 현지에서 홍의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기차역에서 아장아장 걷는 4살 크리스티안.
갑작스러운 피난길에 챙겨온 놀잇감은 장난감 자동차가 전부입니다.
[올가/우크라이나 피난민(크리스티안 어머니)]
″(키이우에서) 기차 안이 꽉 차서 자리가 없었어요. 아이가 앉을 수도 없었고, 잠을 자기도 힘들었어요.″
임신한 몸으로 아들 둘을 데리고 탈출한 어머니는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아나스타시아/우크라이나 피난민]
″지금으로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요. 아이들이 학교는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피난을 온 아이들이 머물고 있는 임시 쉼터.
맏형 격인 13살 제니아는 동생들과 놀아주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자 함께 오지 못한 아빠 이야기를 꺼냅니다.
[제니아/우크라이나 피난민]
″(하르키우에) 아빠가 남아 있어요. 그리고 고양이랑 강아지도 두고 왔고요.″
[타티아나/우크라이나인 자원봉사자]
″아무래도 이곳이 바깥보다 조금은 낫지만, 아직 표정도 어둡고 풀죽은 아이들이 있어요.″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기 위해 이웃들이 나섰습니다.
영화관 한편에는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이 긴 줄을 섰습니다.
이 영화관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피난을 온 어린이들에게 영화를 무료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팝콘과 마실 거리 역시 무료로 제공됩니다.
[솔로미야/우크라이나 피난민]
″잠시라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전쟁으로 아이들이 받았던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잊게 해주고 싶어요.″
먹거리를 손에 들고 영화를 기다리는 아이들 얼굴엔 옅은 미소가 번집니다.
피난을 온 아이들에게 놀이방도 무료로 문을 열었습니다.
트램펄린 위에서 뛰어놀고, 미끄럼틀을 타며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카롤리나/놀이방 직원]
″전쟁 때문에 떠나온 아이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안타깝고 슬프지만, 아이들을 대할 땐 항상 웃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전쟁으로 고향을 떠난 우크라이나 피난민이 120만 명을 넘어선 상황, 유엔난민기구는 아이들의 복지와 보호를 위해 전문가 등을 파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나스타시아/우크라이나 피난민]
″작은 소망이 있다면 저는 우크라이나로 돌아가서 아이를 낳고 싶어요.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폴란드에서 MBC 뉴스 홍의표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일 김동세 / 영상편집: 김창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