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송광모

[집중취재M] 관광객 수십만 명 오는데‥붕괴 위험 'E등급' 방치

입력 | 2022-03-21 20:41   수정 | 2022-03-2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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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어제 경북 경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서 도로변에 있는 장터를 덮쳤습니다.

돌더미와 토사 300톤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면서 70대 여성 한 명이 다쳤는데요.

이렇게 언 땅이 녹는 해빙기에 비까지 내리면서 전국에 있는 급경사지 곳곳이 붕괴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특히 산간지역도 아닌 도심 한가운데, 그것도 매년 수십만 명이 오가는 유명 관광지인데, 붕괴 위험이 가장 높은 등급으로 지정된 곳도 있었습니다.

송광모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해안절벽을 따라 옹기종기 들어선 마을.

천만 관객을 끌어모았던 영화의 배경이 되면서 전국적인 관광지로 떠오른 부산의 ′흰여울 문화마을′입니다.

최근 5년간 270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최강석/인천]
″너무 시원하고 전망이 뻥 뚫려 있으니까 막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되게 예쁘더라고요, 도시 자체가…″

그런데 그림 같은 풍경과 달리, 이곳은 상습 붕괴지역입니다.

2011년엔 경사면 토사 붕괴사고가, 2018년엔 축대 붕괴사고가 났습니다.

당시 급경사지 상단부 도로 1.7km 구간이 내려앉거나 금이 갔습니다.

[부산 흰여울마을 주민 (지난 2018년)]
″아이고… 안 되는 일이지… (붕괴 되면) 너무 무섭지…″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찾았습니다.

축대는 여기저기 균열돼 있고, 토사를 지탱하는 콘크리트벽은 뚝 끊어져 있습니다.

3년 전과 비교해보니, 균열부위가 크게 벌어져 있습니다.

토사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박성호/부산시의회 연구위원]
″손이 들어가고 있는데, 5cm 대략 이렇게 이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균열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택과 상가가 밀집한 곳은 지반이 가라앉고 축대 곳곳에 금이 갔습니다.

석축에서 떨어져나온 돌이 여기저기 나뒹구는데, 그 아래로 관광객들이 산책을 즐깁니다.

낙석방지 그물망 하나 없습니다.

관할 지자체인 부산 영도구는 지난 2020년 마을 전체 2만 7천여 제곱미터를 전체 8개 구간으로 나눠 붕괴 위험도를 조사했습니다.

비가 오면, 모든 구간이 안전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했고, 특히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중심부 2개 구간은 비가 오지 않을 때도 붕괴 위험이 매우 높았습니다.

[조사업체 관계자]
″산 위에서 흘러내려 온 흙이 쌓인 것이거든요. 붕적층이 좀 원래 안 좋은 층입니다. 그 위에 이제 마을이 형성되다 보니까…″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따라, 영도구는 이 마을 전체를 법정 최상위 위험지역인 붕괴위험 ′E등급′으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도 안전조치는커녕, 붕괴위험지역에 건물 신축허가를 내줬고, ′부산시가 선정한 안심 관광지′라며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동은/부산 영도구청 도시안전팀장]
″온전하게 안전하다고 판단할 순 없는데… 현재 가장, 제일 위험도가 높은 구간부터 (보강 공사) 실시설계하고 있습니다.″

전국 급경사지 만 6천여 곳 중 위험도가 가장 높은 E등급은 28곳.

7대 특별·광역시에서는 부산 흰여울마을이 유일합니다.

MBC뉴스 송광모입니다.

영상취재: 최병한 이경수 /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