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엄지인, 신수아

신·구 권력 세 번째 충돌‥누구 말이 맞나

입력 | 2022-03-23 19:50   수정 | 2022-03-2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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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보신 대로 청와대에선 한국은행 신임총재 내정은 윤석열 인수위 측 의견을 들어서 결정한 거라고 하는데, 인수위에선 ′협의한 적 없다, 직전에 ′통보′를 받았을 뿐′이라고 합니다.

말들이 엇갈리면서 또 충돌이 일어나는 모양새인데, 청와대와 인수위를 취재하는 두 기자에게 자세한 사정을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인수위부터 가보겠습니다

신수아 기자! 이창용 내정자는 윤석열 당선인 측에서도 거론되던 인물 아니었나요?

그런데 인수위에선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합니까?

◀ 기자 ▶

네, 당선인 측 협상창구였던 장제원 비서실장 얘기를 들어보면요.

실무협상 과정에서 이창용 후보자 이름이 나왔고, 장 실장도 ′괜찮다′고 한 것까지는 사실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걸 추천이나 협의한 거라고까지 해석하는 건 아니다.′라는 게 장 실장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의견이나 추천 같은 형식의 문제 때문에 이렇게까지 반발할 일이냐′… 생각해보면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이유나 배경이 있다′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장 실장은 청와대가 한은 총재 인사를 발표한 건, 청와대가 원하는 감사위원을 임명하기 위한 명분 쌓기일 거라고 말했죠.

결국 공공기관 추가 인사를 놓고 당선인 측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청와대가 용산 집무실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에 앙금이 남은 것도 냉기류의 배경으로 보입니다.

장 실장은 인사 문제를 위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냔 질문에 이 문제를 다시 거론했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장제원/당선인 비서실장]
″′용산으로 옮기겠다′라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거절을 한 거 아닙니까. 그렇죠? 결과적으로. 일련의 과정들이 참 진정성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 앵커 ▶

이번엔 청와대 입장 보겠습니다.

엄지인 기자! 청와대가 굳이 ″당선인 쪽 의견을 들은 거″다 이렇게 언급을 한 건, 윤 당선인과의 관계를 잘 풀어보겠다는, 일종의 제스쳐라고 볼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당선인 측에서 강하게 반발을 하니까, 청와대에서도 ′어 이건 아닌데′ 하는 반응이 나오는 거 같군요?

◀ 기자 ▶

한마디로 당선인 측이 말을 바꿨다는 겁니다.

실무 협의 과정까지 일부 공개했는데요.

당초 당선인 측은 한국은행 총재로 이창용 후보가 괜찮다고 했고, 직접 이 후보자의 의향도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인사발표 내용을 알려주기 위해 장 실장에게 전화했더니, 장 실장이 돌연 ′합의한 적 없다, 다른 사람을 시키겠다, 심지어 다른 인사랑 묶어서 패키지로 해야 하는데 왜 이것만 하냐′고 언급하며 돌아섰다는 겁니다.

지난 16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무산된 배경에도 이런 인사 문제가 걸림돌이었던 걸로 전해졌는데요.

감사원 감사위원 2자리를 놓고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각각 1명씩 추천하는 방안이 논의됐는데, 당선인 측이 청와대 추천 인사가 맘에 안 들면 거부할 수 있게 보장해달라고 요구해서 회동이 끝내 무산됐다는 겁니다.

청와대 안에선 당선인 측과 ″진실공방을 할 생각은 없지만 자꾸 거짓말을 하면 협상과정을 다 공개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앵커 ▶

어쨌든 분위기가 썩 좋은 건 아닌 것 같고요.

엄 기자, 그래도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빨리 만나자, 이런 기류 아닙니까?

◀ 기자 ▶

그렇습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임기 중 필요한 인사는 하겠다, 하지만 누굴 할지는 당선인 측과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게 원칙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은 총재 인사도 당선인 측과 사전에 논의하고 발표 전에 연락도 하면서, 최대한 선의를 보였다는 겁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과 당선인이 이렇게 조건을 걸고 만난 전례가 없었지만, 당선인 쪽이 원하는 대로 인사를 해주면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당황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도 오늘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윤 당선인과는 언제든 조건 없이 만나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청와대는 밝혔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신수아 기자! 두 사람 만나는 거에 대해서 윤 당선인 측 분위기는 원래 이전에는 노력하고 있다 이랬는데, 오늘 보니까 좀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요?

◀ 기자 ▶

네, 당선인 측 기류만 보면 회동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 보입니다.

당선인 핵심 측근인 권성동 의원은 특히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에 대한 조율이나 합의가 없으면 만나봤자 얼굴만 붉힐 거라고 했는데, 들어보시죠.

[권성동/국민의힘 의원(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지금 중요한 부분에 대한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만나서 얼굴 붉히고 헤어지면 현 대통령도 타격이고 당선인도 타격 아니겠습니까.″

당선인 측 관계자는 청와대 추천 감사위원에 대한 거부권을 요구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면서 회동을 위한 실무협상은 청와대가 진정성을 보여야 가능하다며 공을 넘겼습니다.

그 진정성이 청와대의 한은 총재 인사 철회일지에 대해선 ′그런 조건을 달지 않겠다′면서도 ′신뢰와 존중을 보여달라′고 당선인 측은 요구했습니다.

인사와 집무실 이전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당선인 측의 충돌이 표면화되면서 회동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 앵커 ▶

엄지인·신수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