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배주환

20년 묵은 '안전운임제' - 예견된 파업 방치하고 손놓은 국회

입력 | 2022-06-08 19:50   수정 | 2022-06-0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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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번 파업의 열쇳말은 안전운임제입니다.

화물차의 적은 운임 때문에 한 번이라도 더 많이 운송하려다보니 과적에 과속, 졸음운전 같은 위험천만한 질주가 계속돼왔고, 그러지 말고 운임 더 줄 테니 무리하지 말라고 2년 전에 도입한 게 바로 안전운임제입니다.

단, 손해가 크다는 기업들 호소에 3년이 되는 올해 말이면 폐지되는 일몰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다 아시듯이 최근 경유값 엄청나게 올랐죠.

지금 안전운임제 폐지되면 생계조차 어렵다, 그러면 또 죽음의 질주가 이어질 거라는 게 화물연대의 주장인데, 기업들은 더 이상은 물류비 감당 못한다며 반발합니다.

사실 벌써 20년이나 묵은 문제이고, 물류대란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누구의 책임이 클까요?

배주환 기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화물연대의 파업은 2003년 처음 시작된 뒤, 20년 동안 13차례나 이어졌습니다.

거의 매년 물류대란으로 나라 경제가 흔들렸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요구사항은 안전운임 보장입니다.

매년 반복되는 물류 대란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정부는 2008년부터 안전운임제 도입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물류비 증가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반대해, 10년동안 표류했습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다시 100대 국정과제에 안전운임제 도입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이 반대했습니다.

당시 국회 회의록을 보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시장경제 체제를 흩트리는 사회주의다″, ″과거 소련도 가격 통제하다가 망했다″며 안전운임제를 반대했습니다.

결국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반, 두 차종에 한해 3년 동안만 시행해보자고 타협했습니다.

대신 2년 뒤에 국토부가 시행 결과를 보고하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이헌승/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018년)]
″일몰 1년 전에 국토부장관이 안전운임제 시행 결과를 분석해서 국회에 보고를 해서‥″

[김현미/당시 국토부장관 (2018년)]
″저희 국토부는 일단 수용하겠습니다.″

땜질 처방으로 도입된 반쪽짜리 안전운임제.

하지만 국토부는 국회에 시범운영 결과를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국회 역시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느라, 관심조치 두지 않았습니다.

[국토부 담당자]
″연초부터 일부 의원님들한테 설명도 좀 드리고 공청회도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정치 일정도 있다 보니까 밀렸습니다.″

결국 화물연대의 13번째 파업과 그로 인한 물류대란이 뻔한 상황이었는데도, 그냥 방치한 겁니다.

[이봉주/화물연대 위원장]
″많이 참았었거든요. 저희들은 국민들한테 될 수 있으면 욕 안 먹고 정부가 그래도 좀 바뀌길 바랐어요. 그런데 점점, 점점 하는 행태가 바뀌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탄압 일변도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국토부는 뒤늦게 기업들과 화물연대가 참여하는 TF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20년 묵은 논의를 또 원점으로 돌리자는 거냐며, 안전운임제 도입부터 약속하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MBC뉴스 배주환입니다.

영상취재 : 조윤기 / 영상편집 : 나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