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조희원

[집중취재M] '방과후' 파고든 대치동 학원‥"돈벌이로 악용"

입력 | 2022-08-25 20:21   수정 | 2022-08-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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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을 덜어주고,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등의 취지로, ′방과후학교′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비용 부담도 덜 하고, 다양한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어서 많이들 활용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방과후학교′가 서울 대치동 학원의 장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조희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를 들은 남매의 학부모.

로봇공학과 창의융합 수업이었는데, 어느 날 강사가 미국 창의력올림피아드에 남매를 한국 대표로 출전시키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학부모]
″(방과 후 강사가) 큰아이가 굉장히 이제 자신 있는데 참여시켜보는 게 어떻겠냐. 둘째도 괜찮은데(라고 하는데) 엄마 생각에는 이게 칭찬으로 들려서…″

강사는 자신이 지도한 학생 대다수가 수상했다며, 특목고 진학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참가를 결심하게 만든 건, 학교에서도 대회를 홍보하고 출석까지 인정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학부모]
″일하는 엄마라서 좀 학교 일에 무관심했던지라 이 정도로 공신력이 있는 대회인데 여태껏 몰랐을까 학교로 들어오시는 선생님들이니까 일단 의심은 안 하고 그냥 그렇게 믿게 된 건데…″

1주일 일정에 비행기값과 숙박료, 의상비 등으로 낸 비용은 무려 1인당 880만 원.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묻자 제대로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미리 얘기하지 않은 특별 수업이 필요하다며 남매를 대치동의 한 학원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

[학부모]
″방과 후 수업 듣는 걸로 올림피아드를 나간다고 인지를 했거든요. (근데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어디 가서 트레이닝을 해야 된다…″

알고보니 이 강사가 운영하는 학원이었습니다.

대회 참가를 명목으로 학원비까지 징수했지만, 결국 떨어졌습니다.

심지어 한국 대표를 뽑는 대회는 학원이 사실상 속해 있는 협회가 주관하는 것이었습니다.

협회가 교육 회사를 만들고 이 회사가 다시 전국에 7개 학원을 차린 구조인데, 대회 준비를 해주겠다며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까지 파고들어 학생들을 끌어모은 겁니다.

지난 학기 관련 학원에서 방과 후 강사로 나간 학교는 확인된 것만 전국에 6개.

올해 미국 대회에 데려간 학생은 전국에 130여 명입니다.

[방과 후 수업 강사]
″(협회는) 비영리 재단이다 보니까 수익을 발생할 수 없잖아요. 페이퍼 회사처럼…여기(학원)가 일단 협회 회사예요.″

뿐만 아닙니다.

이 회사는 교육부 인가를 받은 협회 자격증을 따면, 방과후학교 강사가 될 수 있다며 ′자격증 장사′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협회 측 관계자]
″이 자격증으로 사립초 들어가는 선생님들 파견, 그렇게 투입 시켜 주실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공교육의 장인 방과후학교가 사설학원의 영업장이 돼버린 상황.

이에 대해 협회 측은 방과후학교에 학원 강사들이 나가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고, 학원 원장도 학부모에게 특별 수업과 비용 등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MBC뉴스 조희원입니다.

영상취재: 정인학, 손지윤 / 영상편집: 김하은

◀ 앵커 ▶

그럼 이 사안 취재한 조희원 기자와 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 기자, 대치동 학원 원장이 초등학교 방과후학교에 강사로 와서, 사실상 학원 영업을 했다는 건데, 이게 규정이나 절차에는 문제가 없는 겁니까?

◀ 기자 ▶

절차상 문제는 없습니다.

방과후학교 강사는 학교마다 공개 채용을 통해 뽑는데요.

교육부의 운용 지침을 보면 지원 자격이라는 게 딱히 없습니다.

성범죄 경력만 없으면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서류, 면접 심사 등을 거쳐 채용할 수 있습니다.

◀ 앵커 ▶

방과후학교, 말 그대로 학교 정규수업이 끝난 뒤니까, 교사들이 감당하는 건 어려울 거고 그 분야의 전문성이 있는 강사를 채용하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건처럼 학원 원장이 학원비를 따로 받았다면, 사교육 부담줄이겠다는 방과후학교 취지와 많이 벗어난 건데요.

학교는 몰랐습니까?

◀ 기자 ▶

학교 측도 이 방과후 강사가 학원 원장이란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학원비까지 받아내는 건 몰랐다는 입장인데요.

하지만 앞서 보신대로 대회를 홍보해주고 출석을 인정해준 것뿐만 아니라요.

대회에 참가할 때 학교 교사의 이름을 지도 교사로 올리게 허락해줬습니다.

수상을 할 경우 학교나 지도교사의 업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학부모의 말에 따르면, 장관상이라도 탈 경우에는 학교가 플래카드까지 내거는 등 대대적으로 홍보도 했다고 합니다.

◀ 앵커 ▶

그렇다면, 학교와 학원이 사실상 서로 어느 정도 이득을 봐왔다는 얘긴데, 교육부는 최근 이 방과후학교를 확대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괜찮을까요?

◀ 기자 ▶

취재하면서 그 부분이 가장 우려가 됐습니다.

심지어 해당 학교에선 이런 문제가 터졌는데도 이 학원 원장을 2학기에도 방과후 강사로 또 채용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는데요.

인력 부족도 큰 이유였습니다.

외부 인력을 데려오지 않고는 방과후학교 운용이 어렵다고 얘기했습니다.

한 번 들어보시죠.

[해당 초등학교 교감]
″공교육에서는 방과 후 프로그램들을 자체 운영을 한다는 것이 이제 내부적으로 하는데 인력이 다 모자라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25년까지 방과후학교를 저녁 8시까지로 늘린다는 계획인데요.

인력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힘들 뿐 아니라 강사의 자격 조건이나 부정을 저지른 강사의 경우 다시 못하게 한다는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해보입니다.

◀ 앵커 ▶

방과후학교, 좋은 취지고 학부모나 학생에게도 도움이 되는 면도 많은데, 운영과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드네요.

여기까지 하죠.

조희원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 : 양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