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박소희

"힘닿는 데까지 분만 돕고 싶어"‥저출산 시대 어느 산부인과 의사의 꿈

입력 | 2022-12-04 20:28   수정 | 2022-12-0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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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자연 분만을 돕는 산부인과가 크게 줄고 있습니다.

의료수가도 낮고 고령 산모가 늘면서 사고 위험은 더 커졌기 때문인데요.

병원 적자에도 자연분만 원칙을 고집하면서 동네 산부인과를 지키고 있는 한 의사가 있습니다.

박소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병원 한 구석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36년차 산부인과 의사 심상덕 원장.

벌써 5년째 병원에서 먹고 자고 합니다.

[심상덕/산부인과 의사]
″환자분들이 어디 아프시냐고 자꾸 물어봐요. 그래서 좀 부드럽게 보이려고 (화장도) 해요.″

의료수가가 낮은 자연 분만을 고집하다보니 병원 운영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살던 집까지 팔았습니다.

최근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더 힘들어졌습니다.

[심상덕/산부인과 의사]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 달에) 한 30~40분. 하루에 한 명 이상은 출산을 했으니까요. 주변에 분만하는 병원들이 자꾸 없어져요. 다음 타자는 아마 저희 병원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어요.″

새 생명의 탄생을 돕는 기쁨으로 산부인과를 택했다는 심 원장.

지금도 매 순간이 조마조마합니다.

[심상덕/산부인과 의사]
″얼마 전에 막 출혈 많은 산모 때문에 119 타고 막 세브란스 병원에 이송하고 온 적 있어요. 만약에 출혈이 많아가지고, 큰 수술을 하고 있다 그러면 막 이제 수술실 앞에서 이제 쪼그려 앉아 있으면서‥″

산모수첩까지 직접 만들어 꼼꼼히 살피는 그의 진심에, 비록 병원은 적자지만,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고 있습니다.

월급을 제때 못 받아도 14년을 심 원장과 함께 한 간호사 오현경씨.

[오현경/간호사]
″안타까워요. 한 달 다 정산해 보면 남는건 이제 별로 없고‥그냥 병원을 위해서 사는 삶 같은 느낌이‥″

출산한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심 원장을 찾는 김미수씨도 그의 팬입니다.

[김미수]
″과잉 진료가 없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정말 산모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진료를 봐주시더라고요.″

과로사를 하더라도 힘닿는 데까지 분만을 계속 돕겠다는 62세 의사의 꿈은 소박했습니다.

[심상덕/산부인과 의사]
″별로 이렇게 정스럽지는 않은데 거짓말하거나 사기 칠 것 같지 않은 의사‥그렇게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MBC뉴스 박소희입니다.

영상취재 : 위동원 / 영상편집 : 장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