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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경
플라스틱 방음벽 타고 빠르게 확산
입력 | 2022-12-29 19:54 수정 | 2023-01-0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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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오늘 화재는 화물차 한 대에서 시작됐지만, 곧장 터널 전체로 번지면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플라스틱 재질인 방음벽을 타고 불과 연기가 삽시간에 번지면서 사람들이 터널 안에 고립된 상황이 만들어진 겁니다.
이동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사고 직후 한 운전자의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입니다.
도롯가에 멈춰 선 화물차에서 불과 연기가 일고 있는데, 아직 차 밖으로 번지진 않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불은 불과 1, 2분 만에 차량을 타고 올라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이 치솟았습니다.
처음 차량 한 대에서 시작된 불은 이렇게 터널 천장으로 옮겨붙은 뒤 순식간에 확산됐습니다.
빠른 속도로 불이 번지면서 큰 불길이 잡힐 때까지 1시간 반 동안 530미터 길이 터널의 절반가량이 불에 탔습니다.
방음벽의 재질은 건설용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
잘 깨지지 않고, 햇빛 투과율이 높아서 방음벽이나 방음터널 등에 유리 대신 주로 쓰이는데, 문제는 불에 취약한 가연성 소재라는 겁니다.
건설 자재로 기본 방염 처리가 돼 있지만 자동차에서 치솟는 1,000도 가까운 열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창우/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차에 붙은 불은) 3분도 안 돼서 한 900도까지 올라가요. 플라스틱이라는 건 거의 대부분 전체 다 석유화학 물질이에요. 불이 일단 커지면요, (방염이) 효과가 없어요.″
화재가 연기가 분산되기 어려운 터널 안에서 난 것도 피해를 키웠습니다.
연기와 유독 가스가 천장에 설치된 환기팬을 통해 밀폐된 터널 속에서 더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이창우/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연기가) 빠져나가는 거 없이 내려오니까. 내 코 밑으로 내려오는 시간이 짧아진다는 거죠. 결국은 그게 대피 시간을 줄인다는 거죠.″
이렇게 불과 연기가 급격히 번질만한 상황이었지만, 화재를 대비한 안전설비는 부족했습니다.
국토교통부 관리지침에는 방음터널을 포함한 터널에 소화기구와 분무설비 같은 방화, 제연 설비를 갖추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1킬로미터 이상의 터널에만 해당돼 길이 530미터인 이 터널에는 의무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방화, 제연 설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터널 안에 위치한 사고 현장에서 초동조치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MBC 뉴스 이동경입니다.
영상취재 : 장영근 / 영상편집 : 안준혁 / 3D그래픽 : 이승연, 유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