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차주혁

재난 현장을 가다‥진앙 북부 지역 아직도 여진

입력 | 2023-02-09 20:05   수정 | 2023-02-0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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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MBC는 지진 피해가 가장 심각한 남서부 하타이 지역에서 가장 먼저 현장 취재를 시작했는데요.

이번에는 아직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진앙지의 북쪽 지역에도 취재진을 급파했습니다.

터키 중부의 관문도시인 카이세리에서, 지진이 강타한 아디야만 지역으로 접근을 하고 있는데요.

지진 피해 지역에서 탈출하는 피난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고 이재민들은 물과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차주혁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진앙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끊기고‥통제되고‥폭설까지 쏟아졌습니다.

중장비와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 자원봉사자와 각국 취재진들이 간간이 지진 발생지로 향했고, 반대편에선 지옥 같은 피해 현장에서 탈출하는 피난 행렬이 줄을 이었습니다.

취재팀 가이드를 맡은 파루크 씨는 튀르키예 곳곳에서 참상이 벌어졌다고 말합니다.

[파루크/튀르키예 현지 가이드]
″어렸을 때부터 같이 놀고 같이 친구로 지냈던 이모 아들이 자기 가족들 5명이 전부 다 죽었어요. 돌아가셨어요.″

밤에도 이어지는 피난 행렬을 뒤로하고, 인구 80만 명의 도시 말라티아에 도착했습니다.

늦은 저녁, 끼니라도 때울까 싶어 들어간 음식점에는 집을 잃고 오갈 데 없는 시민 수백 명이 구석구석에서 몸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구사일생으로 지진을 피한 가족들은 아직도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하칸 프랏츠/54세]
″아버지, 아들, 엄마, 아들입니다. 우리는 그나마 괜찮은데 아버지가 몸이 많이 아픕니다.″

[알페렌 프랏츠/8세]
″또 그런 지진이 나면 이 식당도 무너질 수 있어서 무서워요. 그래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어요. 3일 동안 12시간밖에 못 잤어요.″

인터뷰 도중에도 몸이 떨릴 정도의 작은 여진이 몇 번이나 반복됩니다.

[귤다나 오즈달라쉬/15세]
″또 지진이 날까 봐, 그리고 우리 가족들이 다칠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워요.″

고단하고 궁핍한 상황에서도 취재진에게 따뜻한 콩수프를 건넨 이들은 튀르키예의 아픔을 세상에 꼭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곳은 튀르키예 중부도시 아디야만입니다.

최초 진앙지 가지안테프, 두 번째 진앙지 카흐라만마라스에 이어, 이곳에서도 규모 5.3의 강진이 발생했는데요.

지진 피해가 가장 심각한 삼각지역의 세 꼭짓점 중 한 곳입니다.

짙은 어둠 속에서 처참하게 무너진 폐허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도시의 절반이 잔해로 뒤덮였습니다.

밤이면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날씨 속에서 구조와 수색 작업은 필사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곳은 새벽 4시입니다.

수색 구조작업은 24시간 계속되고 있는데요.

조금 전 수색견이 투입된 뒤부터 구조대의 작업이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잔해 속에서 무슨 소리라도 들린 건지 갑자기 작업이 중단되기도 하고, 좁은 틈새로 조명을 비춰 살피기도 합니다.

하지만 2시간이 넘도록 추가 구조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생존자들의 목소리도 점점 잦아들고 있습니다.

[부르친/실종자 가족]
″건물에 깔려있던 여동생 남편이 구조대와 계속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어제 결국 숨진 채 나왔어요. 어젯밤 10시 이후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재해 생존의 골든타임이라는 72시간은 이미 지났습니다.

하지만 이곳 튀르키예에서는 아직 그 누구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아디야만에서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정인학 김준형 / 영상편집: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