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박철현

컨테이너 막고 "입주 금지"‥재건축 단지 곳곳 공사비 갈등

입력 | 2023-03-03 20:17   수정 | 2023-03-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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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아파트는 완공됐는데, 새집에는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이삿짐은 쌓여 있고, 잠은 사무실에서 잡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요.

금리 인상에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올라가면서 시공사는 돈을 더 달라. 재건축 조합은 그럴 수 없다고 맞서면서, 시공사가 입주를 막은 겁니다.

박철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막 준공이 완료돼 입주 예정일을 맞은 새 아파트입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 입구를 승용차 2대가 막고 있고, 옆에는 사람들이 열명 넘게 몰려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승용차 뒤에는 또다른 승용차들이 있고, 사무실용 컨테이너도 보입니다.

다른 쪽 주차장 입구에도 컨테이너가 길을 막고 있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성 서 너 명은 들어가지 못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안 계신 거죠?) 그렇죠. 모르겠네.″

밖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이 재건축 아파트 단지 입주예정자들입니다.

예정된 날에 입주를 못하다보니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이00/신목동파라곤 입주예정자]
″기존 학교에서는 전 입학 배정 원서를 써서 이미 왔는데, 지금 전입신고까지는 다 마무리가 됐는데 아직 학교가 전학이 안 되는…″

또 다른 입주예정자, 이삿짐을 자신의 사무실 건물 밖과 안에 쌓아놨습니다.

살던 집에선 나왔는데 갈 곳이 없으니 졸지에 이산가족이 돼 버렸습니다.

[김00/신목동파라곤 입주예정자]
″(가족들은 어디 가 계세요?) 뿔뿔이 흩어져 있습니다. 지금. 언니네 가 있고, 엄마네 가 있고, 아들들은 친구네 가서 자고 저는 여기서 새우잠을 자고 있습니다.″

아파트 입주는 시공사가 막았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 공사비 부담이 크게 올랐다는 입장.

이 중 106억 원을 입주하는 조합원들이 부담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신목동파라곤 조합장]
″어쨌든 이거는 제가 볼 때는 소송으로 가야 하는 거예요.″

전체 299가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세대는 조합원들이 아닌 일반분양자들인데 시공사와 조합 사이에서 피해자가 됐습니다.

[신목동파라곤 시공사 관계자]
″서로 탓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솔직히. 선의의 피해자인 일반 분양자 입주를 위해서도 조합 쪽에서 빨리 좀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서울 공덕동, 지난해 6월 시작됐어야 할 공사는 8개월 넘게 밀려있습니다.

방배동의 재건축 아파트단지도 올 초 한 달가량 공사가 중단됐고 올해 3천여 가구 입주가 예정된 반포동 단지 역시 입주가 미뤄질 전망입니다.

갈등의 원인은 늘어나버린 공사비입니다.

[임재만/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갑자기 물가가 오르면서 이전에 얘기했던 건축비 수준으로는 건설업체들이 공사할 수가 없으니까, 원래 계약했던 금액대로 그럴 수 있는 업체가 거의 없죠.″

현행 제도상 국토부와 지자체가 공사비를 중재할 수는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결국은 시공사와 조합이 풀어야 할 상황입니다.

MBC뉴스 박철현입니다.

영상취재: 김백승 / 영상편집: 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