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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욱
바싹 메마른 강릉‥더 태울게 없어 멈춰선 산불
입력 | 2023-04-12 20:10 수정 | 2023-04-1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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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번 산불의 원인으로 꼽히는 건조한 날씨와 태풍 같은 위력의 강풍, 역시 기후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점점 심해지는 산불 피해를 줄이려면, 기후 변화에 맞는 예방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김민욱 기자가 산불이 시작된 지점부터 해안까지, 산불의 진행 과정을 살펴보고, 또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알아봤습니다.
◀ 리포트 ▶
어제 강릉 산불이 최초로 시작된 지점입니다.
이 큰 소나무가 강한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면서 전깃줄이 끊어졌고 거기에서 발생한 불씨가 숲으로 날아와서 불이 시작됐는데요.
지금 바닥에 있던 나뭇가지와 낙엽은 다 타서 없어졌고 그나마 살아남은 이 나무를 보면은 가지가 이렇게 바짝 메말라 있습니다.
3월 강릉에 1밀리미터 이상의 비가 내린 날은 단 이틀.
반면 최고기온이 20도를 넘은 날은 열흘이었습니다.
산은 말 그대로 불쏘시개 그 자체였습니다.
[권봉대/강원도 강릉시]
″습도가 거의 없어요. 습도가 몇 퍼센트 없기 때문에 불씨가 약간만 닿으면 그냥 바로 발화가 되는 거예요.″
최초 발화지점으로부터 동쪽으로 약 1.5킬로미터 떨어진 지점.
이곳은 소나무가 머리끝까지 까맣게 타버렸습니다.
시속 100킬로미터에 달하는 태풍급 바람이 더해지면서 땅을 태우며 번져가던 산불이 나무를 집어삼킨 겁니다.
거침없던 산불을 멈춰 세운 것은 결국 바다였습니다.
바다를 향해 빠르게 달리던 불은 해안가의 숙박시설과 소나무 숲을 모조리 태운 뒤에 제 뒤로 보이는 동해 바다를 만나 더 이상 태울 게 없어진 뒤에서야 가까스로 멈춰 섰습니다.
매년 봄 되풀이되는 동해안 지역의 산불.
2019년에는 속초·고성과 강릉·동해에 동시에 대형 산불이 났고, 작년에는 역대 최악의 산불이 울진과 삼척을 덮쳤습니다.
많은 세금을 들여 헬리콥터를 마련해도 어제처럼 강한 바람이 불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예방입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상근전문위원]
″(반나절 넘게) 헬기를 투입하지 못하는 상황은 기록으로 보면 처음이고요. 예방 중심의 체계로 가야 한다라는 것에 설득력 무게가 실릴 것 같고요.″
어제 피해지역 일부 주민들은 초기 진화를 하고 싶어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장인우/강원도 강릉시]
″연못에 물 받았던 거 가지고 초기 진화를 해서 이 집들이 14가구인데 이 14가구는 거의 다 살아나고 한 집이 지금 전소가 됐습니다.″
인명이나 재산피해를 막으려면 산불 우려 지역 마을에 소방설비 확충이 시급합니다.
산불이 민가로 쉽게 번지지 않도록 이격 거리를 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소나무 숲 바로 옆에 있던 집은 불에 타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는데요. 반면에 맞은편에 있는 다른 집은 소나무 숲과 거리를 띄운 상태에서 지어졌기 때문에 불길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산불 발생 인접 시설물 중 숲에 가까울 수록 피해를 입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갈수록 잦아지고 대형화되는 산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지금보다 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릅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위동원/영상편집: 신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