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해인

"영어 못해?" 본토인 놀렸다가‥캐세이퍼시픽 승무원 3명 해고

입력 | 2023-05-24 20:31   수정 | 2023-05-24 20:34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홍콩의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의 승무원들이 영어를 못하는 중국 본토 승객을 조롱하는 발언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캐세이퍼시픽이 세 번이나 사과를 하고 해당 승무원들을 해고했지만, 중국 당국까지 나서면서 파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 본토인에 대한 홍콩인들의 반감이라는 민감한 문제가 깔려있기 때문인데요.

베이징에서 이해인 특파원이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 청두발 홍콩행 캐세이퍼시픽 여객기 승무원들의 대화 녹음 파일이 올라왔습니다.

담요를 달라고 해야 하는데 영어를 잘못해 카펫이라고 말한 중국 본토 승객을 조롱하는 내용입니다.

[캐세이퍼시픽 승무원]
″영어로 담요라고 말하지 못하면 담요를 얻을 수가 없지. 카펫은 바닥에 있잖아.″

홍콩에서 사용하는 광둥어를 못알아듣는 승객에 대해서는 ″사람의 말을 못알아듣는다″고 놀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대화가 공개되자 본토인에 대한 차별과 비하라며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본토인이라고 하자 갑자기 냉담해졌다″, ″영어와 광둥어를 쓰며 중국 표준어를 못알아듣는 척했다″ 등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글도 줄을 이었습니다.

캐세이퍼시픽측은 세 차례나 사과했는데도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문제의 대화를 나눈 승무원 3명을 해고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승무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정치적 사안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영국계 배경을 가진 캐세이퍼시픽은 외국인을 숭배하고 홍콩인을 존중하지만, 본토인들은 깔본다″고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또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시위대가 중국 본토 여행객들을 ′메뚜기′라고 비난하고 짐까지 수색한 일을 거론하며, 이번 사건은 캐세이퍼시픽 내에 당시 시위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2020년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반대세력이 없어진 홍콩은 급속하게 중국화되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이번 사안을 이슈화하는 것은 중국화에 반감을 갖고 있는 홍콩 내 세력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란 관측도 나옵니다.

베이징에서 MBC뉴스 이해인입니다.

영상편집 : 오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