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유경

"18살 최말자는 무죄다‥다시 재판해달라"‥59년 한맺힌 호소

입력 | 2023-05-31 20:36   수정 | 2023-06-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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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59년 전 열여덟 살의 한 여성이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에게 저항하다가 상대의 혀를 깨물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가해자는 성폭력 처벌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여성이 남성에게 장애를 남겼다면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정당방위였는데도 평생을 억울하게 살아야 했던 일흔일곱 살, 최말자 씨의 이야기인데요.

최 씨가 다시 재판해 달라고 호소하면서, 3년째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유경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964년 5월, 한 지역 일간지 기사.

″남성이 여성을 끌어안고 키스했는데, 여성이 혓바닥을 깨물어 벙어리, 즉 언어장애인 신세가 됐다. 남성 측 집에서 두 사람을 결혼시키거나, 위자료 20만 원을 요구했다″는 내용입니다.

최말자 씨는 그때 18살이었습니다.

[최말자]
″배 위에 딱 올라타고는 양손을, 내 양손을 잡는 거예요. 잡으니까 꼼짝도 못하죠.″

성폭행을 시도한 건 남성이었는데, 검찰은 저항한 최 씨를 구속했습니다.

법원은 ″최 씨가 남성의 충동을 일으킨 도의적 책임이 있고, 장애까지 남겼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가해 남성은 최 씨 가족에게 행패를 부렸다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최 씨보다 처벌 수위가 낮았고, 강간미수는 재판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형법 교과서에 ′정당방위′의 대표 사례로 실렸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최말자]
″′가시나(여자애가) 교도소 갔다′, ′감방 살았다′ 손가락질하지요. 그 수모는 어떻게 말을 다 하겠어요.″

3년 전, 74살이 된 최 씨는, ″18살의 자신은 무죄였다″고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영구 장애가 남았다던 가해 남성이 병역 심사에서 버젓이 1등급 판정을 받았고, 검찰이 부당하게 6달 넘게 자신을 구속했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당시 판결에는 문제가 없었고, 기록도 사라져 불법 구금을 확인할 수 없다며 재심을 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에 사건이 올라온 지 1년하고 8달째.

최 씨와 여성단체들은 재심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최말자]
″나는 너무 억울해요. 국가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지 않습니까? 양심이 있고 법대로 하려면 바로 잡아야죠.″

MBC뉴스 이유경입니다.

영상취재 : 손지윤 / 영상편집 : 최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