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건휘

'세계적 관광명소'라더니 정권 홍보 전광판으로?

입력 | 2023-06-03 20:17   수정 | 2023-06-0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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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서울 광화문 일대를 세계적 관광 명소로 거점화하겠다며, 2년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K-컬처 스크린′이라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애초 사업의 목적과는 달리 지금은 정권 홍보 성격이 짙어졌다고 하는데요.

어찌 된 영문인지, 김건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외벽의 초대형 스크린에 윤석열 대통령이 등장합니다.

미국 국빈 방문, UAE 방문 당시 모습들이 연이어 나오더니,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윤 대통령은 훌륭한 세일즈맨″이라는 평가도 이어집니다.

[박예림]
″스크린도 엄청 커서 지나다니면서 한 번씩 이렇게 흘깃 쳐다볼 것 같아요.″

이 초대형 LED 디스플레이는 ′K-컬처 스크린′.

문화체육관광부는 2년 전, 광화문 일대를 ′세계적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며, ′K-컬처 스크린′, 일명 ′광화벽화′에 52억 원을 책정했습니다.

국민에게는 문화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그리고 전 세계 창작자를 위한 ′미디어 캔버스′로 활용하겠다는 목적이었습니다.

이 스크린은 지난해 2월 말 공개된 뒤, 초반에는 주로 예술작품을 상영하는데 쓰였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는 방향성이 달라졌습니다.

′청와대 개방′, ′한미동맹′, ′용산 어린이정원′ 등 대통령과 국정과제를 홍보하는 영상들이 송출 목록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올해 2월, 문체부는 K-컬처 스크린에서 ′정부정책 홍보성 영상의 효율적 관리체계가 미흡′하다며, 정부의 주요정책 홍보영상물 등을 송출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놨습니다.

그 결과 현재 송출 중인 콘텐츠 17개 중 10개가 정권 관련 홍보물이 됐는데, 대통령실이 문체부에 직접 요청한 영상도 있습니다.

[유명환]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인데 우리나라 대통령을 알지가 가장 궁금하고요. 관광으로 온 상태에서 정부 잘했다는 걸 올리는 건 효과가 좀 떨어지지 않을까.″

[유정주/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들의 생각의 수준이 얼마나 높습니까. 그러니까 거꾸로 가는 이러한 정책과 그리고 이 홍보 영상에 사실 헛웃음이 나올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통령실은 취임 1주년을 기념하는 영상을 ′K-컬처 스크린′에서 관람하고, 인증샷을 남기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체부는 당초 사업목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MBC뉴스 김건휘입니다.

영상취재: 김승우, 임지수 / 영상편집: 신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