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손령

"집에 가만히 있으라?" 책임 공방에 수사 착수

입력 | 2023-09-17 20:08   수정 | 2023-09-1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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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대홍수가 휩쓸고 간 리비아의 인명피해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수색 작업이 이어지면서 사망자 수는 만 천여 명으로 늘었고, 지금도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종 상태입니다.

정치권에선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참사 당시 대피 지시가 아닌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파리에서 손령 특파원입니다.

◀ 리포트 ▶

흔적도 없이 사라진 댐.

온통 황토색으로 물든 채 폐허가 된 도심.

새로 단장된 곳이라곤 시 외곽에 자리 잡은 3천여 명 규모의 공동묘지뿐입니다.

대홍수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사망자는 1만 1천여 명을 넘어섰습니다.

전염병 확산 우려까지 제기 되면서 비상 사태가 선언됐고 도시 전체가 봉쇄됐습니다.

어린이 약 30만 명이 콜레라와 영양실조, 탈수 등의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유엔 보고도 나왔습니다.

전 세계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리비아 내부에선 책임 공방이 한창입니다.

댐에 균열이 생긴 사실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지적돼왔지만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방치돼왔기 때문입니다.

[압둘 하미드 드베이바/리비아 통합정부 총리]
″정부 문서를 통해 유지관리 등의 계약을 체결한 것을 확인했지만, 이것은 그동안 전혀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급기야 참사 당시 대피 지시 대신 ″집에서 나가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리비아 태그히어당 대표 구마엘 가마티가 홍수 피해 지역 주민들의 발언을 근거로 주장한 겁니다.

동부 국민군 측은 군인들이 주민들에게 대피 경고를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며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알 시디크/리비아 검찰]
″조사가 마무리되고 증거가 있는 가해자를 가려내는 대로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겠습니다.″

하지만 혼돈에 빠진 리비아에서 조사가 제대로 진행될 거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수습도, 복구도 안 된 상태에서 정치권이 네 탓 공방을 하는 사이 도시에 창궐하는 전염병으로 국민들만 고통받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MBC뉴스 손령입니다.

영상취재 : 이유경 / 영상편집 : 민경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