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민욱

[단독] 임도에서 시작한 산사태인데‥산림청 "임도 탓은 아니다"

입력 | 2023-09-22 22:55   수정 | 2023-09-2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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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올 장마철 산사태로 인한 사상자가 마흔 명이 넘을 정도로 피해가 컸습니다.

산림 관리를 위해 만든 임도에서 산사태가 시작된 경우가 많았고, 실제로 행정안전부도 임도를 산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는데요.

그런데 정작 이 임도를 만들고 관리하는 산림청은 다른 결론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김민욱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7월 충남 논산의 납골당을 덮친 산사태.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습니다.

숲 관리를 위해 놓은 길, 임도 세 곳에서 산사태가 시작됐습니다.

MBC가 국회 농해수위 윤미향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산사태 원인보고서입니다.

정부 2개 기관이 조사했는데, 먼저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임도에서 발생한 불안정한 요인에 기인한 붕괴′로 추정했습니다.

임도가 산사태의 원인일 가능성을 높게 본 겁니다.

산림청도 조사를 했는데, 결론이 전혀 다릅니다.

′임도 및 배수체계는 양호′했으며 ′파괴나 구조이상, 배수시설의 문제′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임도 아래쪽에서 지하수가 솟아올라 산사태가 났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한 마디로 임도가 원인이 아니라는 겁니다.

임도 설치와 관리를 담당하는 곳은 산림청입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임도를 놓으면) 안정된 산림 토양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기 때문에 당연히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고요. (임도) 사면 지역들을 통해서 산사태가 많이 발생하고요.″

2명이 실종된 경북 예천군 벌방리 산사태 조사 결과도 다릅니다.

재난안전연구원은 벌채, 즉 나무를 베어내는 목재 수확이 산사태를 키웠을 가능성을 지목했습니다.

반면 산림청은 숲의 형태는 양호했다며 벌채와 관련이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벌채는 산림청이 직접 시행하거나, 개인이 하려 해도 산림청 허가가 필요합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민간 전문가들 의견을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라며 ″사후 조사를 하는 만큼 시각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림청의 산사태 조사에는 민간 조사단과 치산기술협회 등이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민간 조사단 중 상당수는 과거 산림청의 연구사업 등을 수주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치산기술협회는 전 산림청장이 협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그 분야 사람들이 카르텔 때문에 그런 거 아니겠어요. 저는 그렇게 봐요. 산림청에 관련되는 사람들끼리는 그걸 원인을 제대로 밝히기에는 이미 제가 보기에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봐요.″

산사태가 발생한 원인 파악이 제대로 안되면, 예방도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산림청은 산사태 예방에 올해 2천2백억 원 예산을 배정했는데, 동시에 임도 설치 예산으로 약 2천5백억 원을 책정해놓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김백승 / 영상편집 : 정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