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지은

[단독] 아파트 비밀번호 뚫고 고가 제품만 '슬쩍'‥'신출귀몰' 절도범 잡고 보니

입력 | 2024-02-20 20:20   수정 | 2024-02-2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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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최근 경기도 김포와 인천 일대에서 쿠팡을 통해 구매한 고가의 전자제품이 집앞에서 분실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배송실수 아닐까 했지만 도난 사건이었습니다.

어떻게 출입문 비밀번호도 풀고, 값비싼 물품만 골라서 훔쳐갔나 했는데 범인을 잡고 보니, 배송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쿠팡의 관리직 직원이었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단독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쿠팡에서 주문한 전자제품이 도난당한 것 같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배송이 완료됐다는 알림을 받았는데도 정작 집 앞에 택배가 없던 겁니다.

경찰이 CCTV를 확인한 결과, 이른 새벽, 피해자의 집 앞에서 택배 상자를 들고 달아난 한 남성을 발견했습니다.

경찰은 추적 끝에 이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조사 결과, 남성은 부천과 인천, 김포 일대에서 무려 10여 차례 범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이한 건, 남성이 쿠팡에서 배송된 고가의 전자제품만 골라 훔쳤다는 점이었습니다.

훔친 물건은 1백만 원대 휴대전화부터 4백만 원대 노트북까지 다양했습니다.

보안시설이 잘 돼 있는 아파트, 오피스텔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신출귀몰한 범인, 한 달여 만에 잡고 보니 쿠팡 직원이었습니다.

배송기사나 물류센터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30대 관리직인 피의자는 쿠팡 내부 정보를 조회해, 배송된 물건과 주소를 파악할 수 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를 통해 어디에 고가의 물품이 배달되는지를 확인한 뒤, 고객이 입력해놓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출입문 비밀번호를 이용해 들어가 집앞에 있는 물건을 훔쳐갔습니다.

구매자가 물건을 바로 가져가지 않는 새벽 배송을 주로 노렸습니다.

이렇게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훔친 물건의 가격은 약 4천만 원에 달합니다.

훔친 물건들은 남성의 자택에서 발견됐습니다.

이를 알리 없는 피해자들은 분실 신고를 하고 환불 절차를 밟는 수고를 겪어야 했습니다.

[이주한/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해당 행위가) 업무상 발생한 부분이라면 그건 사용자가 책임을 지는 거거든요. 그 사람의 개인적인 일탈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업무 과정 중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쿠팡 측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직원이 누구인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며 ″아직 사건 경위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남성을 상대로 계속 수사하는 한편 쿠팡 측에도 수사 협조를 요청할 방침입니다.

MBC뉴스 이지은입니다.

영상취재 : 김희건·남성현 / 영상편집 : 배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