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망 사건의 책임을 따지던 과실 치사 수사가 해병대 수뇌부와 국방부, 또 대통령실까지 얽힌 외압 의혹 사건으로 번지면서 특검 수사가 대통령에게까지 닿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정상빈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해 8월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은 채 상병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외압의 배경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가 지목됐습니다.
[박정훈/전 해병대 수사단장 (작년 8월 변호인 통화)]
″′군 관련해서 화를 이것보다 더 낸 적이 없다, 가장 격노했다′면서 바로 국방부 장관한테 연락해 꽝꽝꽝꽝 했다고 하길래… 내가 정확히 ′사령관님 VIP가 얘기한 거 맞냐′ (사령관이) 고개를 끄떡끄떡하시더라고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했지만, 대통령실은 사건 국면마다 등장합니다.
대통령실은 두 차례 해병대 수사단 자료를 받아갔습니다.
수사 계획서와 조사 결과가 담긴 언론 브리핑 자료를 건네받아 수사의 처음과 끝을 꿰뚫었습니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대통령실 개입 정황은 더 짙어졌습니다.
작년 7월 31일,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를 결재했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하루 만에 마음을 바꿔 언론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한 날, 지시 직전 일반전화 한 통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발신지는 용산 이태원로, 가입자명은 대통령실이었습니다.
[이종섭/전 국방부 장관 (지난 3월)]
″<아니, 대통령실 통화하셨는데 누구랑 통화하셨던 거예요?> 아니 대통령실 그거는 얘기했잖아. 접촉한 게 없다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도 등장합니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경찰에 전화해 사건 기록 회수를 미리 조율했고, 같은 날 상관인 이시원 비서관은 국방부 법무참모와 통화했습니다.
대통령실은 VIP 격노설 등 외압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성준/더불어민주당 의원 (작년 8월)]
″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과 관련된 군의 수사 결과가 대통령께 보고됐습니까?″
[이관섭/당시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 (작년 8월)]
″보고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검법은 국방부와 해병대 사령부는 물론 대통령실도 수사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수사 향방에 따라 윤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은 물론 더 윗선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