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어린이가 재작년 강릉에서 숨진 교통사고를 두고 유족과 차량 제조사 간에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유족 측이 자비로 5천만 원을 들여 주행 감정을 진행하고, 차량 결함과 급발진이 의심된다는 근거를 내놨습니다.
이아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22년 강원 강릉시의 한 도로.
짙은 남색 차량이 앞차를 들이받은 뒤에도 더 달리다 지하통로로 추락합니다.
이 사고로 차량에 타고 있던 12살 어린이는 숨지고 운전자인 할머니는 크게 다쳤습니다.
유족 측은 사고 원인이 ″차량 결함과 급발진″이라며, 지난달과 오늘 두 차례에 걸쳐 ′실차 주행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제조사 측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 ′운전자의 페달 조작 미숙′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고 차량과 동일한 2018년식 티볼리 에어모델을,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며 5초간 주행한 결과, 1차에서는 시속 110km에서 124km로, 2차에서는 시속 130km까지 증가해, 국과수의 분석 결과인 시속 110km에서 116km보다 증가 폭이 두세 배 정도로 컸다는 겁니다.
[하종선/유족 측 변호사]
″도현이 할머니가 브레이크를 필사적으로 밟았기 때문에 그와 같이 속도가 났고, (사고 당시) 가속이 느렸던 것이다…″
급가속 전 자동 제동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앞선 차량을 들이받게 된 경위에 대한 시험도 진행됐습니다.
자동긴급제동장치가 작동했다면, 사망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이번 재판의 중요한 쟁점입니다.
시험에선,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시속 40km 이상으로 달려도 차량 모형에 접근하자 저절로 멈췄습니다.
[김상권/재연시험 차량 운전자]
″액셀(가속) 페달을 유지하고 있어도, 얘가 강제적으로 차가 브레이크를 밟아요.″
두 차례 재연 시험과 법원 감정에 든 비용은 약 5천만 원.
모두 유족이 부담했습니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에는 급발진 의심 사고가 나면 소비자가 원인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상훈/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유가족]
″저희가 계속 감정 진행하고 재연하고 하는 모든 과정을 입증하듯이, 국과수나 제조사도 이렇게 입증하고 책임을 지셔야 될 당위성이 있다…″
제조사가 차량 결함을 입증하도록 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 이른바 ′도현이법′은 모레면 임기가 끝나는 21대 국회에서 자동으로 폐기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