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세영

대규모 물류센터에 에어컨 '0'‥'창고'라서 괜찮다?

입력 | 2024-07-27 20:41   수정 | 2024-07-2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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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 위험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특히, 최근 늘고 있는 대규모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온열질환 위험에 크게 노출된 상황입니다.

법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라고 하는데, 김세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물류센터 선반들 사이로 노동자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실내 온도는 32.8도.

습한 날씨에 체감온도는 34도에 육박합니다.

하루 5만 보씩 걷고 뛰는 노동자들의 더위를 식혀주는 건 그러나 선풍기 몇 대가 전부입니다.

[배송 물류센터 노동자]
″(직원들끼리) 숨 막힌다고 그러고 어지럽다고 하고‥ 그 넓은 공간에 조그마한 선풍기 한 20대, 큰 선풍기 10대밖에 없는 거예요.″

조사 결과 국내 물류센터의 절반가량엔 에어컨이 한 대도 없습니다.

있더라도 사용은 어렵습니다.

[정동헌/쿠팡물류센터노조 동탄분회장]
″덕트(고정형)로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다른 층에는 설치가 안 되어 있죠. 일부 층만 덕트형 에어컨이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물류센터는 현행법상 ′창고′로 분류됩니다.

창고는 공장 등과 달리 냉방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없습니다.

지난 2009년 관련법이 개정된 이후 바뀌지 않고 있는데, 그 사이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급증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오민애/변호사]
″사람이 일할 걸 전제한 게 아니고 물건을 보관하고 물건을 이제 운반하는 걸 전제로‥″

정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도 유명무실합니다.

일정 시간마다 휴게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강제성이 없다 보니, 사업주는 기존 점심시간 일부를 휴게시간으로 대체하는 등의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실태조사를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위반 사항이나 조치는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박해철/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
″(고용노동부가) 실제 고용과 노동을 전담하는 정부 부처이지 않습니까? 이런 근무 환경에서 무엇을 했느냐, 어떤 지도를 했고 어떤 진단을 내리고 거기에 따른 후속적인 대책을 뭘 수립했느냐.″

지난해 온열질환자는 2천8백여 명, 3년 사이 2배 넘게 늘었고 실내 작업장의 온열질환자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하다 죽는′ 온열질환자 가운데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사례도 매년 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세영입니다.

영상편집: 김관순 / 영상취재: 소정섭 남현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