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골짜기를 오르니 산 정상부쯤에 세워진 무덤 앞 땅이 푹 꺼진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자체 허가 없이 조성된 무덤에서 산사태가 시작된 겁니다.
무덤 주변엔 2014년과 지난해, 두 차례 싹쓸이 벌목이 이뤄졌습니다.
사방팔방 뻗은 뿌리로 빗물을 잡아주는 큼직한 나무 대신, 어린나무들은 시간당 100mm가 넘는 집중호우를 견디지 못했습니다.
[최병성/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무덤의 인위적인 어떤 부분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물이 흘러간 방향을 찾을 수가 있어요. 모두베기한 데서부터 물이 흘러서 무덤을 지나가다 보니까 무덤 옆에 잔디밭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계속해서 산사태가 커진 거죠.″
같은 날 60대 여성이 숨진 충남 금산군 산사태 역시 사람 손 닿은 곳에서 시작됐습니다.
능선을 따라 지그재그로 놓인 작업로.
산주가 임의로 낸 길입니다.
흙을 쌓아 만든 성토 면에서 균열이 생겼습니다.
목재를 운반하기 위해 낸 폭 1.5m 되는 작업로에서 산사태가 시작됐습니다.
이곳도 지난 2009년 헛개나무를 새로 심기 위해 대량 벌목이 이뤄졌습니다.
올해 인명피해가 난 두 산사태 현장의 공통점.
10여 년 사이 대량으로 나무가 잘려나갔다는 점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보고서를 보면 경사지에서 나무 등을 제거하면 뿌리가 썩는 3년 뒤부터 새로 심은 나무가 클 때까지 대략 20년 동안 산사태 위험이 증가합니다.
일본 연구진도 40년간 이치후사 산의 산사태 현황을 관찰했더니 나무가 잘려나간 곳이 산사태가 1백배나 더 빈번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산림은 나뭇잎에서부터 가지 그다음에 낙엽 그다음에 부엽토 이런 것들이 전부 다 물을 완충시켜주는 스펀지 역할을 (하는데요.) 근데 사람이 건드리는 순간 그 모든 게 완충 역할을 하는 것이 다 사라진다고 보시면 돼요.″
하지만 지자체는 산림청 기준에 맞게 벌목 허가를 내줬다며 산사태 원인을 벌목이 아닌 극한 호우에 따른 ′자연재해′로 보고 있습니다.
산림청도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벌목 5년 내 나무를 심고 가꾸면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에 맞게 벌목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바로간다 차현진입니다.
영상취재: 최대환 / 영상편집: 허유빈
[반론보도] 〈[바로간다] 벌목해놓고 산사태는 기후재난?‥″나무 잘린 숲, 산사태 100배 증가″〉 기사 관련
본 방송은 지난 8월 22일자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에서 〈[바로간다] 벌목해놓고 산사태는 기후재난?‥″나무 잘린 숲, 산사태 100배 증가″〉라는 제목으로 ″모두베기한 데서부터 물이 흘러서 무덤을 지나가다 보니까 무덤 옆에 잔디밭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산사태가 커졌다″, ″목재를 운반하기 위해 낸 폭 1.5m되는 작업로에서 산사태가 시작되었으며 이곳은 지난 2009년 헛개나무를 새로 심기 위해 대량 벌목이 이뤄졌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해당 벌채지는 구조상 산능선부를 기준으로 묘지의 반대쪽에 있어 벌채지로 떨어지는 빗물이 묘지로 흘러가기 어려운 구조이므로 벌채를 산사태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산림청은 ″해당 지역의 벌채 작업로는 2009년경 벌채 후 복구를 완료한 곳이고 산사태 발생 지점과도 상당한 거리가 있어 해당 벌채 작업로에서 산사태가 시작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