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민/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성층권에 빠르게 돌고 있는 제트기류가 갑자기 편서풍이 편동풍으로 바뀔 정도로 굉장히 빠르게 제트기류가 약해지는 돌발적인 현상을 의미합니다. 성층권 제트기류가 붕괴되면 대류권의 제트기류마저 굉장히 약해지게 되고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남쪽으로 북극의 한기가 쏟아집니다.″
성층권 붕괴 현상은 기후변화로 북극 기온이 더 빨리 상승하면서 이전보다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한파는 예상치 못한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추위를 이기지 못한 전기차가 곳곳에서 멈춰 섰습니다.
너무 많은 차가 한꺼번에 충전소로 몰리면서 충전소는 전기차의 무덤이 됐습니다.
전기차 전문가들은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한파를 극저온 한파라고 부릅니다.
이런 한파가 닥치면 배터리 성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실험해 봤습니다.
연구진이 직접 제작한 배터리를 영하 20도 냉동고에 넣었습니다.
그러자 배터리 용량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수입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는 용량과 충전, 방전 시간이 70%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실제로 전기차에 장착할 때는 배터리 여러 개를 모듈로 만들고 보온 장치를 달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김상옥/한국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전해질이 온도가 내려가면 고체화가 된다든지 슬러시처럼 변하는 현상이 생기게 되는데요. 리튬이온이 원활하게 양극과 음극 사이로 이동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전기차를 멈춰 세우는 극저온 한파는 미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손석우/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지구 온난화가 만들어내는 현상 중 하나가 변동성이 커지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예상치 못한 한파들 혹은 더 강한 한파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우리나라도 극저온 한파의 표적 중 하나라는 설명입니다.
그런 한파가 닥치면 국내 전기차는 문제없이 잘 달릴 수 있을까요?
취재팀은 서울 시내 충전소를 찾아 상황을 점검해 봤습니다.
영하 15도 안팎까지 떨어지는 강추위에 전기차 충전소에 차들이 몰렸습니다.
급속 충전기에 충전기를 꽂으면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표시됩니다.
충전하는 시간이 평소보다 2배 이상 걸립니다.
[노정탁/전기차 운전자]
″제조사에 따르면 18분 이렇게 걸리는데 지금은 한 40분 이상 걸린다고 봅니다.″
영하 15도를 넘나드는 강추위에 전기차 운전자들은 한 번 충전하던 전기차를 두 번씩 충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노정탁/전기차 운전자]
″택시 운행하다 보면 계속 손님을 받고 운행을 하고 싶은데 충전을 해야 해서 못 하고 충전소 들어가야 하는 경우들이 종종 생기죠.″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바쁜 운전자들이 급속 충전기에만 몰리고.
완속 충전기는 이용자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를 차충비라고 말합니다.
차충비가 높을수록 충전기가 부족하다는 뜻인데요.
급속 충전기의 경우 전국 평균은 19대 정도입니다.
특히 서울과 인천, 부산은 급속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가 26대에서 34대로 아주 많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교수]
″미국 같은 경우는 22% 중국 같은 경우는 40%가 급속 충전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급속 충전기가 전체 충전기 중에서 대략 한 10% 내외에 머물고 있다는 거죠.″
극저온 한파와 같은 비상 상황이 닥쳤을 때 급속 충전기가 없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올겨울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전기차 무덤이 주는 경고죠.
집이나 거주지에서는 완속 충전기를, 집에서 나온 뒤에는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급속 충전기를 서둘러 확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충전기 확충은 전기차 확충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교수]
″(필요한 순간에) 급속 충전기가 부족하면 전기차 사용이 불편하구나 하고 소비자들이 체감을 하게 되고 그러면 전기차 보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거죠.″
급속 충전기가 부족한 원인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기 때문인데, 전체 급속 충전기 중 민간 사업자 비중은 38%에 불과합니다.
충전소 부족이 전기차 확대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전략적 투자와 충전소 부지 제공 등 지원책이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