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변윤재

"나 경찰 출신인데"‥전셋집 가압류 피해 속출

입력 | 2024-04-23 06:52   수정 | 2024-04-23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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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최근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집주인이 관할 경찰서에 근무했던 전직 경찰관이었습니다.

자신이 경찰이라면서 세입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는데요.

변윤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같은 빌라 사는 이웃이 전세사기를 걱정할 때만 해도 김 씨는 자기 일이 될 줄 몰랐습니다.

그래도 이웃집이 가압류가 걸렸다는 얘기에 혹시나 해서 등기부 등본을 뗐습니다.

역시 자신의 전셋집도 며칠 전 모르는 사람 명의로 가압류가 걸려 있었습니다.

[김 모 씨/피해 세입자]
″임대인과 연락을 취하려고 했는데 받지도 않고 그 뒤로는 천천히 인터넷이랑 수도 공동 전기가 다 끊기게 되는…″

얼마 뒤, 일대에선 자신이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세입자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최 모 씨/피해 세입자]
″부모님의 조력도 받았는데 그것까지 같이 날려버리게 됐으니까 굉장히 처참했죠.″

공통점은 바로 임대인이 같다는 거였습니다.

집주인 40대 이 모 씨, 그는 계약 당시 자신이 경찰관이라면서 세입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경찰공무원증을 보여주며 ″신분이 보장되니 믿어도 된다″, 자신이 청와대 경비 업무도 했고 관내 경찰서에서도 근무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모 씨/피해 세입자]
″′어떻게 경찰인데 이렇게 투자를 할 수 있었냐′고 궁금하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경찰일 때 순찰을 많이 하다 보니 돌아다니면서 건물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고…″

실제로 이 씨는 서울관악경찰서 등에서 근무하다 지난 2022년 4월 퇴직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현재까지 피해 사례는 17건, 피해 액수는 약 25억 원에 달합니다.

이 씨 소유의 일대 건물은 파악된 것만 8채로, 은행 대출로 집을 산 뒤 전세금으로 갚으며, 건물을 늘려가다 빚 감당에 실패한 걸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사기에 경찰 사칭 혐의도 있다고 보고,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이 씨에 대해 출국금지 신청을 했습니다.

MBC뉴스 변윤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