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정혜인

[단독] 여성 산재 5년새 2배 급증‥"다쳐도 참아요"

입력 | 2025-10-13 20:40   수정 | 2025-10-1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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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요즘은 건설업이나 제조업 같은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이 적지 않은데요.

MBC 취재 결과, 산재 사고를 당한 여성 노동자가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재 사각지대′ 연속기획, 오늘도 다쳐도 말 못 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실태를 정혜인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경기도 부천의 한 대규모 아파트 건설 현장.

거대한 건설 장비와 자재들 사이로 작은 체구의 여성이 눈에 띕니다.

건축물의 뼈대를 세우는 ′형틀 목공′ 8년 차 노동자인 박 모 씨입니다.

[박 모 씨/형틀 목공 노동자 (음성변조)]
″망치로 때리는 작업 있잖아요. (폼이) 양쪽으로 30kg, 여성분들 보면 거의 다 그렇게 들어요.″

3년 전 보안경 없이 일하다 눈에 못이 튀어 왼쪽 눈의 시력을 잃은 박 씨는 다행히 각막 이식을 받고 복귀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합니다.

개인용 안전장비가 대부분 남성 기준이라 여성 체격에는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 모 씨/형틀 목공 노동자 (음성변조)]
″이게(끈이) 너무 길어요. 지금 나 같은 경우는 지금 다 이렇게 안을 다 꿰매놨거든요.″

공사장 한가운데 우뚝 선 40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을 맨손으로 오르내리는 김유림 씨.

일하다 다치거나 불이익을 당해도 여성이라 참고 넘어간 경우가 많습니다.

[김유림/타워크레인 기사(28세)]
″다음 현장(고용)에 불이익이 갈까 봐 꼬투리가 잡힐까 봐 가만히 있는 경우가 많죠.″

20년째 철근을 묶는 일을 하고 있는 이도연 씨는 일을 하다 무릎이 부서지고 머리에 철근을 맞는 등 여러 번 부상을 당했지만, 한 번도 보상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이도연/철근 결속 노동자]
″조그마한 현장이니까 말도 못 하고, 사장님한테. 1년에 한 번 불러주는 사장님인데 (산재) 처리도 못 하는 거고…″

타워크레인에서 추락해 온몸이 골절됐던 20년 경력의 기사 김태은 씨는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김태은/타워크레인 기사]
″(사측에서) 오만 핑계를 다 대겠죠. 첫 번째는 여자 기사야, 더군다나 산재 있어…″

MBC가 입수한 노동부의 산업재해 승인 자료입니다.

지난 2020년 2만 7천여 건이었던 여성 노동자들의 산재 건수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4만 3천여 건으로 증가했습니다.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겁니다.

2020년 76명이었던 여성 산재 사망자 수도 3년 연속 1백 명을 넘기고 있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의 경우 일하다 다치거나 병이 들어도 숨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실제 피해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정혜인입니다.

영상취재: 최대환 전효석 / 영상편집: 허유빈

자료조사: 조유진 김지우 / 자료제공: 국회 환노위 박홍배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