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임소정

70에 시트콤, 80에 예능, 90에 다시 무대로‥"영원한 현역" 이순재 별세

입력 | 2025-11-25 20:37   수정 | 2025-11-2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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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우리나라 방송 역사의 산증인으로,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을 이어온 배우 이순재 씨가 91세의 나이로 영면에 들었습니다.

배우, 가수, 코미디언 등 연예계와 사회 각 분야에서 추모의 뜻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애도의 뜻을 표했는데요.

정부는 오늘 이순재 배우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습니다.

대발이 아버지, 야동 순재, 직진 순재‥아흔에 섰던 연극 무대까지.

″연기자에겐 완성이란 없다″며 평생 노력과 도전을 멈추지 않은 그의 연기인생을 돌아보며 함께 추모하고자 합니다.

임소정 기자가 준비했습니다.

◀ 리포트 ▶

[고 이순재/배우 (2024년 백상예술대상)]
″올해 우리 나이로 90살이 된 이순재입니다. 올해로 69년 차네요.″

70년.

한 해도 쉬지 않았습니다.

[고 이순재/배우 (2024년 KBS 연기대상)]
″언젠가는 기회가 한번은 오겠지 하고 늘 준비는 하고 있었습니다.″

아흔의 나이에도, ′새 역할′을 갈구했습니다.

″그거 꼭 나 시켜야 돼.″

1956년.

영화에 매혹된 스물두 살 철학도 청년은 연극 무대에 오르며 연기를 시작했고, 이듬해 브라운관에서 얼굴을 알렸습니다.

단역, 조연, 주연 가리지 않고 출연한 드라마만 170여 편.

어느 하나를 꼽기가 어려울 정도지만, 시청률 65%를 기록하며 많은 이의 사랑을 받은 ′대발이 아버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자가 왜 이렇게 나서? 쫓겨나고 싶어?″

<허준> <선덕여왕> <이산>‥

사극전성시대를 이끌며 연기자로서 경지에 오른 그는, 일흔의 나이에 돌연 코믹 연기에 도전합니다.

″이번엔 크게 뀝니다. 뿡!″

그야말로 ′거침없이′ 망가진 원로배우에게 어린이들은 ′야동 순재′란 별명까지 붙이며 환호했습니다.

[나문희/배우]
″비행기인가 그걸 하잖아요. 선생님 저 정도는 좀 하지 않는다고 그러시지. (해도) 너무 잘하시고 너무 즐겁게 하세요.″

여든엔 택한 건, 예능.

<꽃보다 할배>에선 ′직진 순재′로 나이를 잊은 열정을 보여줬고,

구순을 앞두고는 다시 연극무대에 올라 200분 분량의 방대한 대사를 단 한 줄도 틀리지 않고 완주하며, 배우로, 연출로, 온몸을 바쳤습니다.

[고 이순재/배우]
″그건 배우로서 기본입니다. ′미안합니다. 다시 한번 합시다.′ 댓번 하면 그만둬야 해요.″

′연기′에 관해선 한 치의 양보가 없었던 천생 배우.

[고 이순재/배우]
″항상 새로운 역할에 대한 도전이에요. 연기에 완성이 없다는 얘기가 바로 그겁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무대를 향해 서 있던 영원한 현역.

[고 이순재/배우]
″평생을 했는데도 아직도 안 되고 모자란 데가 있습니다. 그저 열심히 한 배우다 이렇게만 기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흔의 나이로 첫 연기대상을 받아들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 무대에서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배우 이순재는 우리의 마음 속에 영원히 잠들었습니다.

[고 이순재/배우]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네‥정말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MBC뉴스 임소정입니다.

영상취재: 이지호 / 영상편집: 배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