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홍신영

'제왕' 내려놓겠다며 용산행‥그러나 '흑역사'

입력 | 2025-12-08 19:51   수정 | 2025-12-0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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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미 엄청난 혈세가 탕진됐고, 앞으로도 최소 수천억 원이 더 투입될 예정이었던 대통령실에 용산 이전 관련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그 말에 뜻 그대로 직접 저돌적으로 밀어붙였던 일이죠.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려면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며 그럴듯하게 둘러댔지만, 그간 벌어진 일들에서 증명됐듯, 모두 거짓말이었습니다.

숱한 오점 그리고 무속과 착복 관련 의혹을 남긴 김건희·윤석열 부부의 용산 흑역사, 홍신영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 리포트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용산 이전을 공식 발표한 건 당선된 지 불과 열흘 만이었습니다.

[윤석열/당시 대통령 당선인 (2022년 3월 20일)]
″결단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일단 이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선언이었지만, ′용산 시대′는 출발부터 삐걱대기 시작했습니다.

출근길마다 국민을 대신해 기자들을 만나겠다는 약속, 질문은 쏟아졌지만, 제대로된 답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윤석열/전 대통령 (2022년 7월 19일)]
″<잇단 채용 논란에 윤석열 정부 공정이 무너졌다라고.> 다른 말씀 또 없으세요? 자 오늘 하루 잘 보내시고. <채용 얘기는 안 해주시는 건가요?>…….″

공격적인 질문엔 예의가 없다며 해당 기자와 언론사를 공격하더니,

[윤석열/전 대통령 (2022년 11월 18일)]
″(MBC가) 아주 악의적인 그런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그런 부득이한 조치(전용기 탑승 배제)였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

출근길 문답은 반년 만에 사라졌습니다.

늑장 출근을 감추기 위해 가짜 경호 차량을 운영해 교통을 통제했다는 위장 출근 의혹, 아예 기자들의 눈을 피해 대통령실에 새 진입로를 만들었다는 논란까지, 출퇴근조차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안보 우려는 곧바로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취임 직후 불거진 미국 정보기관의 불법 도감청 의혹, 용산 상공에 북한 무인기가 진입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외빈을 접견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도로 청와대 영빈관을 써야 했고, 관저 리모델링 공사는 김건희 씨와 함께 일했던 회사, ′21그램′이 따낸 뒤 불법 하도급을 줬습니다.

가장 어처구니없는 건 무속 논란이었습니다.

[명태균 - 지인 통화 녹음 (2022년 4월)]
″아유, 내가 뭐라 하데?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거기(청와대) 가면 뒈진다고 하는데 본인(김건희) 같으면 뒈진다고 하는데 가나?″

용산으로 향하는 길목엔 윤 전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무속인 천공이 등장했고, 역술가, 풍수전문가, 정치브로커가 용산 이전을 결정했다는 말까지 돌았습니다.

불통과 눈속임 논란에 안보 구멍과 무속 개입 의혹까지 임기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은 ′용산 대통령실′.

′용산 시대′는 이제 내란이 일어난 곳이라는 불명예까지 안은 채 3년 7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MBC뉴스 홍신영입니다. 

영상취재 : 나준영, 서현권 / 영상편집 : 박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