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승지

'12번의 봄' 서른살 세월호 청년들‥"책임 외면 않는 어른"

입력 | 2026-04-16 20:33   수정 | 2026-04-16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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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세월호 참사 이후 12번의 봄이 왔습니다.

가까스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은 올해로 서른 살이 됐습니다.

힘겨운 시간을 이겨낸 세월호 청년들에게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변한 게 없는 세상 속에서 그들은 손 내밀 준비가 돼있었습니다.

이승지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세월호 참사 마지막 구조자, 박준혁 씨.

12년 전 그날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가만히 있으라″.

어른들 말만 듣고 뒤늦게 탈출하다 친구 손을 놓쳤습니다.

[박준혁/세월호 참사 생존자]
″출구가 거의 다 왔을 때 같이 바닷물에 들이쳐서 쑥 밀려나고 그 친구 손도 놓치고‥″

3백명 넘게 수학여행을 떠났는데, 75명만 돌아왔습니다.

죄책감과 미안함.

떨쳐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박준혁/세월호 참사 생존자]
″많은 생각이 들죠. 친구가 대신 나왔다면 어땠을까. 나보다 훨씬 잘 살고 있지 않을까.″

같은 시간을 버텨온 또다른 생존자.

얼마 전부터 성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참사 이후 소극적으로 변한 자신을 바꿔보려 용기를 냈습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
″뭘 하든 간에 세월호 생각이 항상 따라오더라고요. 이걸 겪었는데 잘할 수 있을까? 아니면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을까?″

그날 이후 12번의 봄이 왔습니다.

이제 서른.

어른이 됐습니다.

이런 일을 하고 싶다, 이런 직업을 갖고 싶다, 내세울만한 거창한 꿈은 없어도, 되고 싶은 어른은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
″아무리 힘들더라도 피하지 말고 책임은 꼭 지자. 변명하지 말고 부끄럽지 않게 내가 해야 하는 몫은 하면서 살자.″

책임과 어른은 같은 말이라는 것을 그날 이후 알게 됐습니다.

[박준혁/세월호 참사 생존자]
″책임지지 않는 어른들은 아직도 싫어해요.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고 부끄러워하고, 뉘우치려고 하고, 안 하려고 하고, 그런 어른이 되고 싶네요.″

′노란 리본′을 더는 달지 않아도 되는 안전 사회는 아직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이태원 참사, 제주항공 참사, 참사는 반복됐습니다.

같은 아픔을 겪는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서른살 ′세월호 청년′도 있습니다.

[유가영/세월호 참사 생존자]
″당사자로서 뭔가 ′나도 여기 있다, 당신들을 도우려고 여기 왔다′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기억. 책임. 연대.

그날을 기억하는 서른살 세월호 청년들은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기 위해 연대의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유가영/세월호 참사 생존자]
″너무 혼자서만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돕는 사람들 중에서는 저도 있을 테니까‥″

MBC뉴스 이승지입니다.

영상취재: 남현택 / 영상편집: 이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