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성일

[뉴스 속 경제] 무역법 '301조'로 관세 위법 판결 무력화?

입력 | 2026-02-23 07:40   수정 | 2026-02-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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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위법이라는,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단으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졌습니다.

당장 우리 정부가 미국과 타결했던 무역합의는 어떻게 될지 이성일 경제 전문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미국 대법원 판결부터 정리를 해볼까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불법이다 이렇게 판결을 한 건데 이유가 뭡니까?

◀ 기자 ▶

짧게 정리하면요, 세금을 부과하는 권한은 의회 고유 권한인데, 이걸 대통령이 무역적자라는 걸 명분으로 가져가서 대신 행사할 수 없다 이런 얘기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할 때 근거로 삼은 법이 대통령에게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부여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조항을 의회 승인 없이 세금의 일종인 ′관세′를 부과해도 된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는 판결이죠.

정부 주장대로 15조 달러 가치가 있는 무역 협정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관세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이렇게 중대한 문제를 대통령 혼자 결정하도록 의회가 허용했겠느냐는 그런 질문도 던졌습니다.

쟁점이 된 ′비상 경제 권한법′인데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핵을 개발한 북한을 상대로 자산동결, 금융 거래 금지 같은 제재를 취하는 근거 법령입니다.

지난 50년 동안 제재 수단으로 관세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대법원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불법이 된 관세는 작년 4월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이른바 상호 관세, 작년 2월부터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부과된 이른바 펜타닐 관세입니다.

그 규모는 1750억 달러, 우리 돈 25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 앵커 ▶

그런데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결정에 취지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곧바로 또 다른 관세를 발표했죠?

◀ 기자 ▶

정치적 타격을 입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실망했다″는 반응을 내놓았지만, 정치적 공격 대신 판결 효과를 무력화하는 신속한 대응에 착수했습니다.

대법원 판결 나온 지 9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상호 관세를 대체할 새로운 관세를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습니다.

새로운 관세는 당장 우리 시간 내일 오후부터 발효됩니다.

미국 무역 대표부 USTR도 판결 직후 ″디지털 상품까지 포함하는 차별·과잉생산을 조사하겠다″면서, ″조사에서 불공정 무역관행이 확인되면 관세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체 관세는 150일 동안만 유효한 임시 조치지만, 그 기간 동안 불공정 무역 행위를 조사해서, 이를 근거로 지금 같은 관세를 다시 부과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입니다.

판결 내용과 무관하게, 트럼프 행정부는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 앵커 ▶

사실 우리 관심사는 우리정부가 미국과 했던 무역협상이 어떻게 될까? 이거잖아요.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하기로 했던 금액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잖아요.

이건 안 해도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 기자 ▶

상호 관세가 불법이 됐으니, 그 관세율 낮춰주는 대가로 약속한 대미국 투자를 재검토할 수 있을까? 질문은 해볼 수 있지만, 재협상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우리 주요 미국 수출 품목인 자동차·철강 관세는 유지되고, 반도체처럼 새로운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권한도 살아있습니다.

결과에 따라서 보복 관세를 매길 수 있는 이른바 ′무역법 301조′ 조사에도 착수했습니다.?

중국은 모르겠지만, 다른 무역 상대국이 협상 내용을 무르자고 나설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기업들 입장에서 새로운 관세가 생기거나 기존 세율이 오를 수 있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가 됐습니다.

◀ 앵커 ▶

투자금도 투자금인데 지금까지 인상된 관세를 우리가 내고 있었잖아요.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는 겁니까?

◀ 기자 ▶

가능하지만, 소송과 같은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대법원이 ′상호 관세′를 불법으로 판단하면서도, 지금까지 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결도 관세로 피해를 본 미국 소기업·수입 업자 5곳이 낸 소송에 따른 결과이고, 미국 코스트코·일본 스미토모 화학 같은 큰 기업들의 재판도 진행 중입니다.

우리 기업들도 미국 수출품 관세를 직접 냈다면 돌려받을 수 있지만, 정작 관세 탓에 작년 한 해 7조 원 이익이 줄어든 현대·기아차가 낸 자동차 관세는 환급 대상이 아닙니다.

걱정되는 것은,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 선거를 염두에 두고 무역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입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 관세율을 처음 발표한 10%에서 15%로 하루 만에 바꿨습니다.

앞으로 주목할 것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불공정 무역 행위 조사입니다.

집권 1기 중국과 무역 분쟁을 개시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 25%를 부과한 근거가 301조에 따른 조사였습니다.

여기는 관세부과 기간, 관세율 모두 제한이 없습니다.

불법 판결을 받은 상호 관세와 달리 지난 50년 동안 미국이 대통령 결정으로 시행해 온 ′문제없는′ 조치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긴장을 몰고 올 수도 있는 겁니다.

◀ 앵커 ▶

정리를 해보면 달라지는 건 없고 대신에 새로운 변수를 대비해야 되는 상황만 된 거네요.

◀ 기자 ▶

그렇다고 볼 겁니다.

◀ 앵커 ▶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