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는 2%, 한국은 1.4% 성장할 것이라는 게 IMF 예측이다. 현재 추세라면 우리 경제성장률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일본에 역전 당하게 되는 셈이다. 일본은 부동산 시장 거품이 걷히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줄곧 침체의 길을 걸어왔다.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이다. 한국 경제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른바 ‘3고 현상’이 덮치며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가계부채는 1,749조 원으로 국내총생산 규모를 넘어섰다. 자영업자 빚도 1천조 원을 넘겼다. 코로나 시기 3년 동안 대출 상환을 유예해주던 조치도 끝나자 빚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내수도 위축됐지만, 한국의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기 회복까지 늦어지며 수출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대외 환경도 심상치 않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유가까지 들썩인다. 그렇지만 정부는 ‘하반기 경제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과학계도 휘청이고 있다. ‘연구비 나눠 먹기’라는 대통령의 비판과 함께 정부의 연구개발비 예산이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다. 전년 대비 약 5조2천억 원, 16%가량 깎였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연구개발 예산은 삭감이 안 된 걸로 알고 있어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거 아닌가 싶어요”(서울 00대학 교수). 대학과 연구소의 젊은 과학자들은 언제 짐을 싸게 될지 몰라 불안감을 호소한다. “내년부터는 인건비를 주기 어려울 것 같으니 연구를 빨리 마무리하라고 하더라고요”(서울 00대학 박사과정 연구자)
이번 주 <스트레이트>는 수출, 내수, 성장 동력이라는 핵심어를 중심으로 2023년 한국 경제가 마주한 국내외적 위협 요인을 살펴본다. 특히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주요 교역 국가들의 산업구조 변화와 이들의 경제 전략도 들여다본다. 한국이 과거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도 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