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예양효경
제주도 서쪽 바다에서 12∼13세기에 중국 상인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장 2점과 인장함이 나왔습니다.
국내 해역에서 중국 무역선인 신안선 조사 중 원나라 인장을 찾은 적은 있으나 남송 인장과 인장함이 세트로 발견되기는 처음입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국립제주박물관과 함께 지난 4∼6월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해역에서 진행한 발굴조사를 통해 남송 시기 목제 인장 2점과 인장함 조각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인장은 조사단이 해저에 있는 바위 사이 모래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그중 한 점은 도장을 찍는 면인 인면이 가로·세로 각 1.7cm, 높이는 2.3cm로 인장에 ′삼가 봉한다′는 의미를 지닌 ′근봉′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서신을 보낼 때 봉투에 찍거나 물건을 포장한 뒤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양순석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획 사이에 붉은색 인주가 일부 남은 상태″라며 ″우리나라에도 ′근봉′ 인장이 있으나, 모두 조선시대 유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인장은 인면이 직사각형으로 한 변 길이는 각각 1.4cm, 2.8cm이며, 글자가 아닌 문양을 새긴 점이 특징입니다.
양 연구관은 ″중국 학계 분류에 따르면 길상무늬를 새긴 초형인에 해당한다″며 ″위쪽은 동전 모양으로 추정되나 아래쪽은 불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인장함은 재질이 납과 주석이며, 사각형 몸체에 뚜껑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조사단은 설명했습니다.
이번 조사로 남송 대에 제작한 도자기 4백여 점도 나왔는데, 동아시아 삼국인 한국·중국·일본 간 해상교류를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됩니다.
제주 신창리 유적은 1980년대 초 해녀가 금제 유물을 신고하면서 알려졌고, 제주도와 제주대 박물관이 1997년 지표조사를 통해 남송 시대 청자를 확인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해양문화재연구소가 탐사 활동을 통해 ′금옥만당′, ′하빈유범′같은 글자가 새겨진 청자 조각을 포함해 유물 5백여 점을 수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