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4-28 16:19 수정 | 2020-04-28 17:30
21대 국회 슈퍼 여당의 첫 원내사령탑은?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의 첫 원내 사령탑을 뽑는 원내대표 선거가 5월 7일 실시됩니다. 후보자 등록 접수가 잠시 뒤인 오늘 오후 4시에 마감되는데, 출마표를 던진 사람은 모두 세 명. 4선의 김태년·정성호 의원과 3선의 전해철 의원, 이렇게 ′3파전′ 구도가 됐습니다.
이제 곧 임기가 끝나는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86 운동권′ 대표주자인데요. 20대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문재인 정부 개혁 과제들을 풀어 나가는 과정,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특히 당시 자유한국당의 강한 반대 속에서도 정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과 함께 ′4+1′ 체제를 가동해 연동형 비례제 통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이런 이인영 원내대표의 뒤를 이어 원내 과반 180석의 ′슈퍼 여당′을 이끌어야 하는 차기 원내대표, 20대 못지 않게 21대 국회도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일단 코로나19 3차 추경안 심사와 처리가 있고, 공수처 설립을 위한 초대 공수처장 인선 역시 21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문제입니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결국 거대 양당의 비례정당 출현이라는 전례 없는 ′꼼수′로 귀결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어떤 방향으로든 수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해찬 계′ 김태년 후보…′일꾼론′
그렇다면 과연 누가 이 난제들을 해결할 적임자일지, 한 명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오늘 오전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김태년 의원. 전남 순천 출생, 경기 성남수정에서 당선된 4선 중진 의원입니다. 친문, 이해찬계로 분류되는 김 의원 출마 기자회견을 살펴 보면, ′일꾼 원내대표′라는 키워드가 보입니다.
김 의원은 ″180석은 수많은 국민의 기대와 염원을 담고 있다″면서 ″국회의 시스템을 일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연중 상시국회를 제도화하고, 상임위 중심주의 원칙을 회복하고 법사위 월권을 막겠다, 또 초선 의원들도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복수법안소위를 확대하고, 이들에게 원하는 상임위를 우선 배정하겠다는 ′공약′도 냈습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여당의 첫 정책위 의장으로서, 정권 초기 다소 어수선했던 당정청 관계를 정리해본 경험이 있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180석 여당, 한 차원 더 높은 당정청 관계를 위해서는 이런 자신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거죠. ″특히 이번에는 그 어느때보다 초선 의원들이 많다″면서, 이들의 전문성과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왜 이렇게 ′초선′을 강조하는지는 잠시 뒤 살펴보겠습니다.
친문 핵심 ′3철′중 한 명…전해철 후보
두번째 후보, 등록 마감 1시간 남기고 오늘 오후 3시에 출마 기자회견을 한 전해철 의원입니다. 전해철 의원은 전남 목포 출생, 경기 안산상록갑 3선으로 노무현 정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냈죠. 이른바 친문 핵심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 중 한 명입니다.
전 의원 출마선언문, ′강력한 민주적 리더십을 세우겠습니다′가 제목입니다. 최우선 과제를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으로 내세웠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당·정·청 협력″과 ″의원 중심의 당 운영″을 강조했습니다. 당 운영을 ″소수가 결정하는 엘리트 리더십에서 집단지성 리더십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한 것도 눈에 띕니다. ″민주당은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문재인 대통령과 국정을 성공시키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습니다.
아무래도 ′친문′ 중에서도 ′진문′으로 분류되다 보니, 기자회견을 마치고 난 뒤 백브리핑에서도 기자들의 관련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전 의원은 ″이제 ′친문′ 분류는 민주당에서 큰 의미가 없다. 저보다 대통령과 가까운 참모 분들이 청와대에 많이 계신다″고 한 발짝 물러서면서도, 당정청과 소통은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비주류′ 정성호 후보…″사심없는 무계파″
그리고 마지막 후보, 어제 가장 먼저 출마 선언을 했던 정성호 의원입니다. 강원 양구 출생, 경기 양주 4선입니다. 20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습니다. 앞의 두 사람에 비하면 계파색이 옅은 이른바 ′비주류′로 분류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출마 선언에서는 스스로 이런 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어필하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주변에서 정성호는 정권 핵심도, 주요 당권파도 아니니까 원내대표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도 계시는데, 사심 없는 무계파 비주류인 정성호가 21대 국회 첫 여당 원내대표가 되는 것이야말로 180석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국민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변화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오히려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모습입니다.
민주당의 ′험지′라고 하는 양주에서 6번 출마해 4번 당선됐고, 서슬 퍼런 박근혜 정권 출범 직후에도 야당 원내수석 부대표를 맡아 진주의료원 국정조사,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국정조사, 개인정보유출 국정조사 등 3건의 국정조사를 ′합의′로 관철시킨 것도 자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당 원내대표는 야당으로부터 인정받는 협상파트너여야 한다″면서 ″영광은 없고, 상처뿐인 궂은 자리이기 때문에 폼 잡지 않고, 욕먹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협상가여야 한다″고 부연하기도 했습니다.
10명 중 4명이 초선…′초선의 선택은?′
이상 세 명 후보의 면면, 그리고 출마의 변을 살펴 봤습니다. 그러면 왜 이번 선거에 ′초선 의원′이 중요한지를 마지막으로 짚어 보겠습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의 투표권을 가진 민주당 당선인 163명 가운데 초선은 68명, 전체의 41.7%나 됩니다. 하지만 정작 각 후보들에 대한 이해나 인지도는 떨어지다 보니,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전날인 5월 6일 오전 10시, 초선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원내대표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을 알리기 위한 합동연설회를 열겠다고 알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견 발표도 하고, 질의응답 시간도 가지겠다는 겁니다.
후보자들 입장에서도 선거운동하기가 다소 막막할 텐데, 재선 이상 의원들의 경우엔 후보들과의 관계나 의정활동 등을 고려해 표심을 가늠할 수 있지만, 정치 신인인 초선들의 경우엔 이런 ′계산′이 쉽지가 않습니다. 원내대표 후보들은 그래서 개별적으로 초선 당선인들에게 전화를 돌리면서 지지를 부탁하고, 어제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 당선인 워크숍에도 나란히 나타나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3파전′으로 후보 윤곽이 드러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하지만 정작 40% 넘는 유권자들의 ′표심′은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한 상황에서 과연 누가 180석 슈퍼 여당을 이끄는 원내 사령탑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