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7-03 13:33 수정 | 2020-07-03 13:34
″아~ 미래한국당만 있었더라면…″
103석의 제1야당 미래통합당이 다음 주초 국회에 복귀합니다.
38조원이 넘는 3차 추경이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되는 걸,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냥 흘려보낸 통합당이 7월 임시국회부터는 참여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7월 임시국회의 핵심은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과 공수처 출범.
통합당은 비록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회 안에서 공수처 출범을 막기 위해 결사항전 태세를 준비중입니다.
물론 ′18대 0′ 일방적 구도의 상임위에 들어가서 말이죠. 원 구성 협상에서 맥을 못췄던 통합당이 공수처 출범을 둘러싼 2라운드 협상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요?
원유철의 경고 ″합당 후회할 수 있다″
- ″원구성 협상 들어가봐라. 너희들 일주일 뒤에 합당한 거 후회할 수도 있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전 대표)
지난 5월 말 국회를 떠나면서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남긴 말입니다.
통합당 의원들에게 ′합당하자고 한 걸 후회할 수 있다′며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고 합니다. 국회 원구성을 하게 되면 수적 열세로 1대 1 협상은 필패(必敗)할 거란 얘기였습니다.
안그래도 수적 열세인데,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각각 나눠서 원구성 협상을 했으면 1대 2의 싸움이라 좀 더 수월했을 텐데, 거대여당과의 1대 1 협상은 힘들 거라는 예측이었죠.
- ″여당은 이번에 무조건 밀어붙일텐데 주호영 원내대표 쪽에서 그걸 버틸 힘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원유철 미래한국당 전 대표)
당시 원 대표가 했던 이 걱정은 결국 현실이 됐습니다. 18대 0. 통합당은 한달 간의 투쟁(?)끝에 결국 빈 손으로 국회 복귀를 결정했고, 당 내에선 백기투항 굴욕(?)이라는 비난이 터져나왔습니다.
″원내대표 해봐서 아는데…두 명 상대하긴 힘들어″
원유철 전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 당시, 2015년 7월부터 약 1년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냈습니다. 과반이 넘는 정당의 원내대표로 당시 민주당과 원내교섭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20석의 국민의당으로 분리되면서 2개의 교섭단체를 상대해야 했습니다. 원 전 의원은 MBC와의 통화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 ″그 때 제가 과반이 넘는 정당의 원내대표였는데도 둘을 상대해야 하니 힘들죠. 그래도 저는 막 밀어붙이진 않았고 상대방 얘기를 다 들어줬는데, 지금은 그런게 전혀 없더라고요. 그러니 통합당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원유철 미래한국당 전 대표)
원 전 의원은 19석이던 미래한국당이 1석을 더해 교섭단체로 남았다면, 이번 원구성 협상에서 민주당의 독주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힘으로 통합당을 밀어붙이면 한국당이 ′사이드 브레이크′ 역할을 했을 거라며 아쉬워했습니다. 거대 양당의 극한 대치 상황에서 완급 조절을 해가며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지 않도록 했을 거라고 말입니다.
통합당의 한 핵심 당직자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 ″이 시점에 미래한국당이 있었다면 11대 7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7개 상임위 구성이 더욱 알짜로 구성됐을 것이고, 의장실 항의 방문 같은 실력행사도 위력이 배가 됐겠죠. 지금보면 합당이 좀 성급했던 것도 같고.. 결과론이지만 그래요.″
실제로 미래한국당이 교섭단체가 될 가능성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나는 미래한국당에 들어가려고 생각했는데 합당해 버렸잖아. 더 크게 봤어야 했는데 아쉽지.″ (무소속 윤상현 의원)
지난 4.15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에서 공천 배제된 뒤 무소속으로 당선된 4선 윤상현 의원은 당초 미래한국당에 입당하려고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교섭단체가 되는데 단 1석 부족했던 미래한국당에 들어가 교섭단체를 만들려고 했다는 겁니다. 그랬다면 지금 여야 협상은 1대 2의 싸움이 돼 보수 진영에 좀 더 유리했을거란 얘기입니다.
″통합은 국민과의 약속″
보수 진영의 뒤늦은 아쉬움과 후회를 뒤로 하고, 민주당은 3일 38조원에 달하는 3차 추경 예산안을 단독 처리합니다.
반면 통합당은 더 이상 거대여당과 1대 1 싸움에 연연하지 않고, 정부의 실정을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주호영 원내대표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탄핵안 발의를 주장하며 ″국민들에게 함께 분노해달라″고 호소했고,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소속 의원들 상임위 강제배정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실상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5월 보수 통합을 주장하면서도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미래한국당과의 통합은 국민과의 약속이었는데 큰 걸 지키는게 중요하지. 원내 협상에서 작은 걸 얻기 위해 비례정당을 남겨두는 건 소탐대실″이라며 주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었습니다.
사실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 등 비례정당들은 준연동형비례제라는 새로운 선거제도의 틈을 이용해 탄생한 꼼수(?) 정당들이죠.
애초에 한시적으로 만들어진 선거용 정당이었습니다.
여야 모두 국회 개원 전 모정당과 합당한 것은 늦게나마 잘한 결정이란 평가가 정치권에선 지배적입니다.
7월 입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간 갈등, 그리고 공수처 출범이라는 사법 이슈로, 여야간 힘겨루기 2라운드(?)가 곧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