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8-14 10:06 수정 | 2020-08-14 10:14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일단 멈춘 ′4차 추경′ 카드</strong>
역대급 장마로 인한 수해 피해 복구 대책이 12일 나왔습니다. 우선 재난지원금을 2배로 올립니다. 1995년 만들어진 재난시 사망지원금은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이 되고, 주택이 침수됐을 때 받는 지원금도 1백만 원에서 2백만 원으로 뜁니다. 또, 사용 가능한 모든 재원을 최대한 동원해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복구에 쓰겠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지정 예산과 예비비 지원 등이 언급됐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관심을 모았던 추경 편성은 없었습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4차 추경은 추후에 판단하기로 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초 민주당은 추경 편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지난 1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는 ″피해 복구를 위한 예비비 지출이나 추경 편성 등 필요한 제반 사항에 대해 긴급하게 고위 당정협의를 갖겠다″고 말했습니다. 회의 종료 후 박광온 최고위원은 ′당내 추경 공감대가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결정이 나온 12일 당정청회의에서도 이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공개 발언을 통해 모두 ″적극적인 추경 검토″를 거론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회의에 정부와 청와대 대표로 참석한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상조 정책실장의 공개 발언 온도는 조금 달랐습니다. 두 사람의 발언에는 ′추경′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겁니다. 그리고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추경 유보′가 결정됐습니다. 이번 결정에는 당보다 정부의 판단이 좀 더 반영됐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현재 재정으로 감당 가능…복구 파악이 우선″</strong>
당장 추경을 편성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한 민주당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지금 피해 상황 정도면 현재 재정으로도 충분히 감당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현재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가 투입할 수 있는 예산 규모는 5조 4천억원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추산된 폭우 피해 액수는 5천억원 가량입니다.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굳이 추경을 편성할 이유는 없다는 설명입니다. 기재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자료를 당정청회의에서 보고했고, 당에서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피해 규모 확정 안돼 추경 확정은 성급″</strong>
비가 완전히 그치지 않았다는 것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당장 추경을 한다면 규모는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고 기자에게 반문하기도 했는데요. 추경 규모를 정하려면 일단 어디에, 얼마나 돈이 쓰일지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종료된 건 아닙니다. 장맛비도 그치지 않았고 앞으로 가을 태풍도 예고되어 있습니다. 추가 피해가 없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당장 기존 7곳 뿐이었던 특별재난지역도 13일, 11곳이 추가 지정되며 더 늘어났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통합당 ″선거 앞두고는 추경하더니…이번엔 보류?″</strong>
당정청의 이런 결정에 대해 미래통합당은 날을 세웠습니다. 추경 편성을 해야한다는 겁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이번 수해로 많은 사람이 실망에 처해 있다″면서 ″피해를 빨리 복구하는 데 있어서 추경이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선거를 맞이해 민심을 얻어야 하니 추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던 사람들이, 막상 피해를 보고 상심한 사람들에 대한 추경을 거부하는 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경 편성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당의 이같은 분위기는 오늘도 이어졌습니다. 통합당은 지금까지 추경 논의가 있을 때마다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는데요. 통합당에서 추경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다소 낯선 풍경입니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나란히 4차 추경 편성과 이를 논의하기 위한 8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민주당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strong>
이에 대해 민주당은 코로나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금을 주는 것과 복구를 위한 자금을 투입하는 건 다르다는 겁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때는 일단 돈을 풀어야 하니까 대략적으로라도 추산해서 신속하게 전달하는 ′긴급 수혈′같은 것이었고 지금은 피해가 있는 곳에 돈을 써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난에 맞서 정부 재정역량을 집중했는데, 또다시 예상치 못한 장마 피해가 이렇게 커진 것에 대해 당혹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일단 접었다고는 하지만 수해 피해가 혹시 더 생기면 추경 논의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재정적자도 관리해야겠지만 감염병과 집중호우 재난에 재정 투입을 망설일 수도 없는 상황. 정부 여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