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9-12 08:58 수정 | 2020-09-12 11:43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통일부 사무검사, 재개 첫날부터 ′삐걱′</strong>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잠시 멈춰섰던 통일부의 등록 법인 사무 검사가 지난 10일 재개됐습니다.
그러나 시작부터 삐걱거렸습니다. 이날 검사가 예정됐던 두 단체가 함께 쓰는 사무실에 통일부 공무원들이 진입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계획대로라면 탈북민 단체의 실적보고서를 검증하고 증빙 서류가 있는 지 등을 점검해야했지만, 대신 인근 커피숍에 앉아 단체 대표에게 사무 검사의 취지를 설명하는 것에 그쳐야 했습니다.
사무 검사를 거부한 <탈북자동지회>의 서재평 사무국장은 ″처음부터 통일부 측에 사무검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찾아온다면 면담은 가능하지만 사무실 안에서 서류를 점검하는 방식은 안 된다는 겁니다.
배경엔 통일부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습니다.
″우리는 나름대로 매년 실적보고서를 제출해왔다.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통일부가 요청하면 되는데, 굳이 사무 검사를 압박 수단으로 꺼낸 건 수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통일부의 사무 검사를 거부한 건 이 단체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11일에는 북한 인권단체와 탈북민 단체 30여 곳이 모여 사무 검사를 막기 위한 공동대책위를 구성했습니다.
북한인권증진센터 대표 이한별 소장은 ″(통일부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조사하고 있다″며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북한민주화위원회 허광일 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이 악의적으로 발악하고 있다″며 ″지금 한반도에서 먼저 없어져야 될 정권은 김정은 정권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탈북 단체 ″표적 검사″…통일부 ″투명성 위한 것″</strong>
이들이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는 건 일부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계기가 돼 시작된 이번 사무검사가 눈에 거슬리는 탈북민 단체를 퇴출시키기 위한 ′표적 검사′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통일부가 사무 검사 대상을 처음엔 북한 인권 분야 단체 25곳으로 지목했다가 이후 다른 분야까지 확대한 것도 빌미를 줬습니다.
그러나 통일부는 ″표적 검사 주장은 터무니 없다″는 입장입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정관 목적에 맞게 사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또 단체 운영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목적이라며 표적 검사 의혹에 선을 그었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지난 1일 국회 예결위에서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이라며 검사 대상은 최근 3년간 법인 운영 상황을 평가해 골랐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일부가 밝힌 선정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 매년 해야 하는 법인 운영 실적보고를 하지 않은 곳
△ 실적 보고는 했지만 내용이 불충분한 곳
△ 실적 보고 내용으로 볼 때 추가적인 사실 확인을 요하는 곳
이들 단체들은 통상 ′법인′ 또는 ′비영리민간단체′로 통일부에 등록돼 있는데, 통일부는 이 기준에 따라 최근 3년간의 운영상황을 평가해, 등록 법인 433곳 가운데 109곳을 골랐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실적 보고에 취약한 비영리 민간단체는 180개 단체 모두를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탈북 단체 투명성 어떻길래</strong>
사무 검사를 거부하고 있는 탈북민 단체들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1차 사무검사를 거부한 <탈북자동지회>의 서 사무국장은 ″실적 보고조차 하지 않는 단체가 전체 절반은 될 것″이라며 ″단체 대표가 사망한 지 3년이 넘었는데도 등록을 유지하는 곳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전 설명이 부족했던 검사 방식이 문제지, ′우후죽순′ 들어선 부실한 단체에 대한 점검은 필요하단 겁니다.
실제 지난 10년간 통일부에 등록된 법인은 234개에서 433개로 2배 가까이 늘었고, 비영리 민간단체는 94개에서 180개로 역시 2배가 됐습니다.
특히 탈북민 단체가 후원을 받기 쉽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관련 단체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탈북민 단체 현황을 분석한 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장은 ″최근 기업들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기 쉬운 시민단체보다 탈북민 단체에 대한 지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단체 대표들이 크게 하는 일 없이 지원금을 타내는 것처럼 비춰지니까 탈북민들이 새끼치듯 단체를 만든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통일부의 사무 검사는 지난 10년간 단 4개 단체에 대해서만 시행됐습니다.
그것도 국회에서 지적이 나오거나, 내부 갈등으로 문제가 불거진 다음에야 진행됐습니다.
MBC가 보도한 탈북예술인연합회의 비위 역시 법인 운영을 수상하게 여긴 임원들이 용기를 내 국민권익위에 제보한 뒤에야 대표의 전횡이 알려졌습니다.
이 연합회에선 법인 설립 직후 기본 재산 대부분이 빼돌려졌지만 제보가 없었다면 드러나기 어려웠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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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단체에서 오래 활동했던 전수미 변호사는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 이들 단체의 운영 실태를 폭로했습니다.
일부 단체장들이 외부 지원금을 유흥비로 쓰거나 개인 경조사비로 처리하는 일들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는데, MBC와의 인터뷰에선 ″인건비 지원금이 들어오면 직원들 통장으로 돈을 받고서 다시 대표가 가져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소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