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성폭력 재범 292건 중 53.8%, 사건 지역은 범죄자 거주지 1km 이내
- 서울 88.5% 학교, 학교 인근서 성범죄자 거주 … 또 다른 조두순, 어떻게 막나</strong>
가해자는 남고, 피해자는 떠난다. 2017년부터 약 111만 명이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한 달 남았다. 다음달 12일, 조두순은 12년 형을 마치는 대로 배우자가 있는 안산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안산시를 비롯해 법무부, 국회에선 조두순 출소 이후를 대비한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이사) 갈 수밖에 없는 입장에 닥쳤으니까, 계속 있을 수는 없고.” 나영이(가명) 아버지는 아직 갈 곳을 결정하지 못했다. “12년 동안 (관련당국이)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까. 그동안 출소에 대한 대책이 별로 없었잖아요.”
법무부, 여가부, 경찰청 등 관련 기관은 지난달 30일 각종 대책을 내놨다. 조두순의 주거 예정지 반경 1km 안에 CCTV 35대를 추가 설치하고 방범 초소를 마련하는 한편, 24시간 상시모니터링도 실시할 계획이다. 안산시는 10억 원을 투자해 CCTV 및 안면인식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대책들로 조두순을 막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엔 과연 조두순뿐일까.
“어쩌면 조두순과 유사한 아동성범죄자는 조두순 사건 이전에도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겁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아무런 처분 없이, 대책 없이 출소해서 자기 살던 데로 돌아가는 제도를 허용하는 나라는 생각보다 별로 없다”고 지적한다. 권인숙 의원실이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전체 학교의 88.5%가 성범죄자 거주지 인근에 있었다. 이해식 의원실이 받은 법무부 자료에서는 성폭력 재범 292건 중 53.8%가 범죄자 거주지의 1km 반경 내에서 발생했다. 안산이 아닌 어디든, 지금도 충분히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실제로 PD수첩이 만난 아동성범죄자들은 범죄 현장에서 1km도 채 안 되는 곳에 살고 있었다. 모두 이미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신상정보가 공개돼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중엔 12년 형을 살고 나와 8일 만에 다시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억울해 했다. 피해자가 먼저 본인을 유혹했고, 이미 ‘돈을 주고’ 한 일이었고, “엄청난 뭐(인물)도 아닌 일개” 아이 때문에 본인이 피해를 봤다고 했다. “범죄자들은 왜곡된 인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2008년 사건 당시 조두순을 면담했던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의 해석과 같다. “이들은 공통되게, 사실 그 문제는 상대방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나를 죽이고 싶지 않아서라도, 가해자들을 사회로부터 완전하게 격리해줬으면 좋겠어요.” 성범죄 ‘생존자’ 김영서 씨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 평범하게 살고 있을 성범죄자들. 조두순의 그늘에 가려진 이들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공정식 한국범죄심리학회 이사는 이들의 범죄 성향을 중독이라고 보면서, “중독적 성향은 치료개념이기 때문에, 전자감시나 신상공개로 통제가 안 되는 영역”이라고 봤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도 비슷한 입장이다. “교정의 실패가 아니라, ‘교정의 한계’”로, “치료프로그램 등이 더 들어가야 되는데, 교정시설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2009년 이후 아동 성범죄는 연간 1,000건 이상 발생하고, 그 수도 증가하고 있다. 속속들이 발의되는 법안, 늦게라도 또 다른 조두순을 막을 수 있게 될까. 2021년, 또 다른 조두순들이 출소를 앞두고 있다. PD수첩 ‘당신 곁에 이미, 조두순’은 오늘(10일) 밤 10시 40분에 방송된다.